가자지구 2차 휴전협상 난항 거듭

2023-12-22 10:32:28 게재

"이스라엘-하마스 이견 못 좁혀" … 미 "이스라엘 저강도 공세로 전환해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중재국을 통해 진행 중인 가자지구의 두 번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 탱크와 병사들이 작전을 펼치는 모습이 이스라엘 남부에서 목격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여성과 노약자 등 인질 40명의 석방을 조건으로 1∼2주간 전투를 중단하자는 제안을 카타르를 통해 하마스 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일단 휴전해야 협상이 가능하고 휴전도 일시휴전이 아닌 전면적인 휴전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하마스의 한 관계자는 AFP통신에 "전면 휴전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의 철수는 인질-수감자 교환을 위한 진지한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휴전 기간 가자지구 내 병력 배치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마스는 휴전 기간 이스라엘군의 전면 철수를, 이스라엘은 현재 병력 배치를 유지한 채 교전만 중단하는 조건을 각각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또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1명당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10명을 교환하는 협상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타결된 1차 휴전에서 이행된 1대 3의 비율보다 훨씬 큰 수준으로 이스라엘의 최종 수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은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석방 '후보'가 될 인질 40명의 명단과 이들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 측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이 밖에도 가자지구 내 병원의 전면 재가동과 인도주의적 지원의 대폭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수장과 중재국 카타르의 총리가 만나고 이튿날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또 다른 중재국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하며 연내 2차 휴전 합의 성사에 기대가 커졌다.

아울러 가자지구 또 다른 무장정파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도 조직 수뇌부가 조만간 이집트를 찾아 휴전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며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막상 협상에 돌입하자 양측의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나면서 휴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하마스 제거, 인질 석방, 가자지구로부터의 위협 종식 등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에는 항복과 죽음,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날 "여전히 (휴전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 역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인질들의 생환을 원한다면 전쟁을 끝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무장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날 공개한 육성 성명에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추가 석방은 침략 중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저항 세력(하마스)을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 대한 무지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카삼 여단은 대변인의 육성 성명을 배포한 직후 이스라엘군(IDF)이 지난주 시신으로 수습한 이스라엘 남성 인질 3명의 생전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질의 신원은 엘리아 톨레다노, 니크 바이저, 론 셔먼으로 확인됐다고 이스라엘의 다른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알카삼 여단은 이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2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자지구 해법을 위해 미국이 최근 이스라엘에 저강도 공세를 거듭 주문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고강도 공세에서 저강도 공세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 최선의 결과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고,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던 이제까지의 방식에서 전환해 병력 투입 규모를 줄이는 한편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에 (공세 강도 전환의) 시간표를 지시하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저강도 전환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는 것보다 조기에 전환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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