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세계 124개국 입맛 사로잡았다

2023-12-22 10:40:41 게재

사상 첫 1조원 수출 돌파

마른김부터 조미김까지

한국 김이 세계 124개국으로 수출되면서 지난 19일 기준 1조원(7억7000만달러) 수출액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수산식품 가운데 1조원 수출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김 생산·수출기업 만전식품이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판촉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만전식품 제공


◆세계인의 입맛 창조하며 13년만에 7배 성장 = 2010년 1억1000만달러 수준이던 김 수출은 2015년 3억달러, 2017년 5억달러, 2021년 6억9000만달러에 이어 지난 11월에는 7억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수산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5.9%에서 지난 11월 26.7%까지 성장했다.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 수출 증가는 한국 김에 대한 세계적 수요 확대가 기본 동력이다. 여기에 경쟁국인 일본·중국의 김 생산이 악화되면서 대체 수출이 증가한 것도 더해졌다.

과거 마른김 중심으로 수출했던 국내 김 수출 산업은 조미김 스낵김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11월 기준 전체 김 수출액 가운데 조미김은 62.1%의 비중을 차지해 김 수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하고 있다.

김은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감자칩을 대체하는 건강한 스낵으로 소비되기 시작했고, 한류 영향에 따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형 도시락 김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소비되던 김이 전 세계 124개국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글로벌 인기 식품으로 성장했다는 데 놀라고 있다. 김 생산·수출기업들이 세계인들의 새로운 입맛을 만들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베트남(1240만달러, 60.2%↑) 러시아(1410만달러, 37.1%↑)인도네시아(760만달러, 47.2%↑) 필리핀(380만달러, 39.6%↑) 네덜란드(280만달러, 76.9%↑) 등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 새로운 신흥 수출국으로 잠재력을 보였다.

미국(1780만달러, 12.9%↑) 일본(3330만달러, 32.9%↑) 중국(200만달러, 2.2%↑) 등 수출 주력국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조미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은 2011년 이후 전체 식품 수출 품목 가운데 김이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동훈 만전식품 대표는 "네팔 몽골 대만 등을 추가해 올해 수출국은 지난해보다 8개국 늘어난 50개국, 수출액은 20% 성장한 400억원 정도"라며 "당초 수출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말했다. 만전식품은 국내 대표적인 김생산·수출업체로 올해 매출액은 내수시장까지 합쳐 750억원 규모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620억원이었다.

김수경 SLS컴퍼니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남미 콜롬비아에 김을 수출했고, 내년에는 인도·아프리카 시장으로 갈 것"이라며 "식품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김은 그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 출신의 김 대표는 수산식품수출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수부도 김을 세계적인 기호식품으로 육성하며 2027년까지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김산업 진흥구역 3개소를 지정했고, 9월엔 1차 김산업 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 수출산업으로서 김산업을 재정립했다.

◆기후변화 대응·마케팅전문가 양성 시급 = 김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시장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공김의 원료가 되는 물김생산은 바다 기온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는 배창남 신안바다영어조합법인 대표는 "39년째 김 양식을 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를 많이 느낀다"며 "바닷물 온도가 7~8도일 때 김이 맛있는데 바닷물 온도가 자꾸 높아지니까 생산시기도 줄어들고 맛있는 김을 채취하는 시기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물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주로 생산한다.

과잉투자되고 있는 시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마른김 1년 생산량은 1억5000만속 정도인데 건조시설 규모는 2억8000만속으로 두 배 가량 많다. 건조공장이 원초(물김)를 서로 확보하려고 경쟁하면서 원초값이 올라가고 있다. 만전식품 정 대표는 "원초가격이 15~30% 올랐다"며 "원가상승을 수출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김을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수경 대표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김을 파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수산식품이니 김수출 전문가는 많지 않다"며 "김산업의 최전선인 수출시장을 개척할 마케팅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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