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vs 트럼프, 격동 휘말릴 2024년 미 정치

2023-12-26 10:54:54 게재

국민 생활고 불만 높고

'두 개의 전쟁' 피로감

워싱턴정가 혼란 커질듯

2023년 한해 워싱턴 정치에서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사건들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선의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번이나 형사기소 돼 91가지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백악관 재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나서며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들은 메릴랜드의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다. AFP=연합뉴스


그와 리턴매치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민들의 생활고 불만이 높고, 81세의 고령을 문제 삼고 있어 단임에 그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연방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올 1월 하원의장을 선출할 때부터 무려 15차례의 표결로 케빈 매카시 후보를 선출하는 100년 만의 내홍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가 10월 초에 결국 사상 초유로 하원의장을 축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공화당 하원은 마이크 존슨 새 하원의장을 선출하기까지 4명의 지명자들을 바꿔야 하는 내홍과 3주간의 하원마비 사태를 겪었다,

◆트럼프, 유죄평결 전 대선후보 확정될 듯 = 형사 기소 상태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평결이 대형 변수이지만 4건의 재판 일정상 그 전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사당 점거 사태와 관련된 워싱턴DC 연방법정 재판이 내년 3월 4일 시작되고 조지아주의 대선개입 재판도 비슷한 시기에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입막음 대가 지불과 회계장부 조작 등에 대한 뉴욕주의 재판은 내년 3월 25일 시작되고 플로리다 연방법정에서 열리는 기밀문건 사건 재판은 내년 5월 20일 착수된다.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은 내년 1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와 1월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로 시작되고 내년 3월 5일 캘리포니아, 텍사스, 버지니아 등 15개주 동시 경선이 실시되는 슈퍼화요일 승부가 펼쳐진다. 이어 3월 12일 조지아와 워싱턴주, 3월 19일 4개주 경선이 실시되는데 그중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는 승자독식이어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년 3월 초 대선관련 재판이 시작되더라도 유무죄 평결이 나오기도 전인 내년 3월 말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장 속도를 낼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내란 개입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는다면 공화당 진영이 트럼프 충성파와 기간조직들로 분열돼 간단치 않은 내홍을 겪게 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악재속출 바이든 재선가도 '경고등' =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경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에선 높은 불신을 사는 등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정수행 지지율은 40%선에 턱걸이 하는데 비해 물가대처와 경제정책 지지율은 30% 초반이다. 81세 고령에 대중연설을 회피하고 있어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경제는 9%의 소비자 물가를 3% 아래로 진정시키면서도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고물가, 고금리의 2중고에 휩싸인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경제가 나아졌다는 의견은 30%대에 불과하고 60%는 나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 경제가 바이든 경제보다 낫다는 반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정책에서 불신을 받고 있고 고령으로 인한 말실수를 의식한 듯 대중연설을 피하고 있어 국민 설득에도 실패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여기에 아들 헌터 바이든이 탈세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되고, 공화당 하원은 바이든 탄핵조사를 공식 착수하는 결의안을 가결하는 등 악재가 속출한 상황이다.

또 외교통 상원의원 출신임을 자부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중동전쟁까지 터졌고, 미국의 외교가 통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바이든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있다.

◆민주당 내 '후보교체론' 고개 = 12월 말 현재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각 여론조사들을 종합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44.5% 대 46.8%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3%포인트 차이로 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11월 초 발표한 6대 경합지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위스콘신 한 곳에서만 2%포인트로 앞설 뿐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에서 최소 4~5%포인트, 많게는 10%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어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민주당 진영 내에서는 1968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처럼 재선전을 중도포기하고 대안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후보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란만장한 2023년의 워싱턴 정치는 올해에 매듭지어진 것이 아니라 내년 대선과 총선을 치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