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현수막 난립' 내년에는 없어진다

2023-12-28 10:40:43 게재

읍·면·동별 2~3개로 제한 … 28일 본회의 의결

고향사랑기부제법·달빛철도법 법사위가 발목

공해에 가까운 무분별한 정당현수막이 내년부터는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했던 고향사랑기부제 개선은 해를 넘기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자체들의 최대 관심 법안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법안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2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사위는 정당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27일 의결했다. 28일 본회의 의결과 내년 초 국무회의 공포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1월 초에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현수막의 개수·규격·장소를 제한하는 것이다. 우선 읍·면·동별로 2개씩만 달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읍·면·동 면적이 100㎢ 이상인 경우에는 1개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행정안전위원회 의결 때는 없었던 조항인데 법사위에서 추가됐다. 이에 해당하는 읍·면·동은 192개로 전체 읍·면·동(3524개)의 5% 정도다. 강원 태백시 1개 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읍(34개), 면(157개)지역이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장소와 규격을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규정을 위반한 현수막을 강제 철거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최종 의결·공포돼 시행되더라도 그동안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옥외광고 조례안 개정은 불가피하다. 인천 대구 광주 울산 부산 서울 전남 제주 등 8개 광역시·도가 자체 조례로 정당현수막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이들 시·도가 대부분 합의한 상태여서 갈등이나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정당현수막을 15일 기한으로 언제 어디에나 무제한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정당과 정치인들이 마구잡이로 정당현수막을 내걸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당현수막을 걸어둔 가로등이 쓰러지거나 현수막 줄에 보행자가 걸려 다치는 사고도 발행했다. 어린 학생들이 보기에 낯부끄러운 문구도 많아 정치혐오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하지만 각종 규제덩어리인 고향사랑기부제도 개선은 해를 넘기게 됐다. 행정안전위원회가 그동안 국회에 제출된 12개 개정안 내용을 한데 묶어 제출한 대안을 지난달 23일 의결했지만 법사위가 발목을 잡았다. 27일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이 무산되면서 내년 1월 9일 마지막 기회를 엿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개정안은 규제 중심의 법률 체계를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그동안 모금이 저조한 원인으로 꼽혔던 각종 규제가 대부분 풀린다. 향우회·동문회 등 사적모음을 통한 홍보가 가능하도록 했고, 기부자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지정기부도 도입토록 했다. 모금한도도 당초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정치후원금 개인 상한액을 준용한 액수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민간플랫폼을 통한 기부금 모금 허용 방안은 빠졌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이 내용까지 포함한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행안위 제1법안소위에서 강병원 의원 등이 반대하면서 최종안에는 담기지 못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달빛철도 특별법과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안,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등 지역 주요 법안들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달빛철도법은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했고, 쟁점사항도 모두 해소됐지만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제부터는 정치의 영역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인천시 행정체제를 2군 8구에서 2군 9구로 개편하는 내용의 '인천시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 설치 법률안'도 법사위 상정에 실패했다. 이 밖에도 제주도 산하에 제주·서귀포 등 자치시를 설치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법은 지난 7월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뒤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합의하고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도 의결한 법안을 법사위가 가로막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최소한 21대 국회에서는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