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새로운 사회 위험" … 관심과 논의 확대해야

2024-01-02 11:07:27 게재

영국·독일, 정부 대응 나서

여성·청년층 삶의 질 저하

'외로움'이 새로운 사회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을 두고 '연결된 사회' 5개년(2019∼2023)계획을 추진했다. 독일은 '외로움 대응 전략'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가족규모 축소와 1인가구 확대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고립생활 늘어남 등 복합적 요인들이 '외로움'을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험버와 노스요크셔의 그린사회적처방│A는 30년 넘게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를 하며 평생을 보냈다. 2023년 초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라는 처방전이 제공된 후 매주 헐의 커뮤니티 정원에 가고 있으며 이제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 영국 외로움퇴치연례보고서 2023년 3월


◆외로움 장관을 둔 영국, 사회적 처방으로 효과 = 2일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영국은 '외로움'을 현 사회의 가장 큰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했다. 행정부 안에 세계 최초로 2018년 1월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어 '연결된 사회'라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그해 4월 영국 통계청은 외로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성인의 5%는 자주 또는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 16%는 가끔, 24%는 때때로 느꼈으며 16∼24세 청년이 노인보다 더 외로움을 느꼈다. 여성, 1인가구, 좋지 않은 건강, 낮은 이웃연결성, 낮은 지역사회 신뢰가 외로움을 더 느끼게 만들었다.

가장 외로움을 심각하게 느끼는 집단은 자가에서 혼자 살고 만성적인 건강상 어려움이 있는 사별 여성노인(69%), 오랜 기간 신체·정신적 건강에 만성적인 어려움이 있는 35∼64세 비혼 장년(81%), 지역사회에서 대한 신뢰가 가장 낮은 16∼34세 세입자 청년(61%) 등이었다. 조사 결과에 기반해 영국 정부는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2021년 '외로움 근거 생산 그룹'을 발족하고 경험적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영국의 외로움 대응 5개년 계획인 '연결된 사회'는 △외로움에 대한 낙인 완화 △지속적인 변화 추동 △외로움에 대한 지식과 근거 축적 등을 3대 목표로 삼았다.

외로움 대응전략 주체는 정부, 지방정부, 제3섹터, 기업, 비공식조직 등이다. 정부(총괄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컨트롤타워로서 공유, 학습, 혁신을 위해 네트워크를 갖추고 독려하며 관련 정책을 총괄 조정한다. 지방정부는 정책 관련 의사결정할 때 외로움 문제를 고려하도록 한다. 제3섹터는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한다. 특히 기업의 고용주에게도 역할을 부여한다. 고용주는 피고용인과 지역사회 주민의 사회관계망을 지원해야 한다.

대표적 서비스는 '사회적 처방'이다. 사회적 처방은 외로움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회, 정서, 생활상의 욕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정책이다.

연계워커(Link worker)가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대상자를 의뢰받아 대상자와 함께 개별 개입 계획을 세우고 대상자에게 자원을 연계한다. 2021년에는 '그린(Green) 사회적 처방'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활동수준을 높이고 건강하게 식사하게 하며 고립감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처방을 통해 이용자의 약 80%는 행복감이 증진되고 70%는 사회적 고립이 감소됐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외로움 대응 전략 시행을 위해 2018년 약 305억원 기금을 조성했고 2020년에는 675억원을 지원했다.

김 교수는 "한국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외로움이 사회문제화되고 있기에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고독사 문제만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범주를 넓혀서 외로움에 초점을 두고 대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독일의 공적 대응 = 독일 연방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외로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자 2022년 2월부터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관할 아래에서 외로움 문제에 대한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정다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법학박사(과정)에 따르면 독일경제연구소는 독일 내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경제패널 조사에서 '외로움 유병률'이 2013년에는 14.4%, 2017년 14.2%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020년과 2021년 조사에서는 각각 40.1%, 42.3%로 가끔 혹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령층으로 보면 2017년에는 만75세 이상 노인층의 외로움 유병률이 16.6%로 가장 높았다. 30∼45세 미만, 만17세∼30세 미만층에서는 각각 15.4%, 14.5%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인 2021년에는 만17세∼30세 미만층에서 48.0%, 30∼45세 미만층에서 46.2%에 달했다. 75세 이상 노인층에는 36.6%로 전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에서 외로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경험에 따라 독일연방정부는 2022년 2월 '외로움 전문지식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6월에는 '외로움에서 함께 벗어나기'콘퍼런스에서 2025년까지 외로움 대응 전략의 개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대응전략 개발의 목표로는 △사회적 문제로서 외로움에 대한 정치적 학문적 논의 심화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토론의 촉진이 제시됐다.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외로움 대응과 관련한 다양한 시범사업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에 제공된 유럽연합 사회기금(ESF) 중 약 718억원을 투입해 '노인의 참여 강화를 위한 ESF플러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들면 니더작센주 클로펜부르크가렐지역의 천주교교육협회가 추진하는 '커트'프로그램은 체계적인 무료상담을 통해 60세 이상 노인에게 은퇴 후 일상, 취미활동, 자원봉사 기회와 상담, 노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정보를 제공한다.

또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다세대의 집,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연방차원에서 530개 '다세대의 집'을 지원한다. 다세대의 집은 세대를 초월해 모든 연령대의 시민에게 열려 있는 만남의 장소다. 문화 여가 스포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공동식사 제공, 상담기관 연계 등 외로움 해소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설당 5700만원의 연방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정 박사는 "한국 또한 외로움을 사회적 위험으로 인정하고 외로움의 실태를 전국 또는 지방 단위에서 정확히 파악해 적합한 대응전략을 시급히 구상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외로움 문제의 공론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초고령사회 방문간호] 초고령사회 돌봄부담, 통합돌봄-방문간호로 해결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