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탈탄소·디지털화로 해상법 변화"

2024-01-02 11:54:59 게재

바다 관련 민사문제 해상법으로 연구

전문가공부모임 925명 활동

코로나19 이후 해상운송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물동량은 줄었지만 선박공급은 늘어나고 있고, 자연스럽게 운임은 큰 폭으로 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후티반군의 홍해운항선박 위협 등과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등 지정학·기후변화로 인한 시장 밖의 충격도 해상운송시장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바탕을 흐르는 큰 변화는 역시 탈탄소·디지털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7월 2050년경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채택했고, 이를 위한 2030·2040년 중간목표를 제시하며 기존 이행목표를 더 강화했다.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정보기술전시회(CES)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3년 연속 참여하는 등 등 해운·조선 시장에서 자율운항선박은 뚜렷한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만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흐름을 뒷받침하는 제도 변화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려대에 해상법연구센터를 운영하며 해운 조선 항만 물류 수산 해양 등 바다와 연관된 전문가들의 온라인 공부모임도 이어가고 있다.

■상법에서 해상법을 특별히 구분한 이유는

상법 제5편이 해상법이다. 해상법은 선박을 가지고 상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법률관계를 다룬다. 상법에 해상편이 없다면 상법총칙 상행위편에 있는 내용들을 적용하게 되지만 해상법 덕분에 운송인과 선주는 책임을 제한할 수 있고, 화주도 강행규정으로 보호받는다.

■지난해 11월 해상법 제7판을 냈다. 해상법에서 주목해야 할 새 흐름은

최근 자율운항선박을 포함한 디지털화가 대단하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해사업무도 변화하고 있는데 실무현장의 변화를 법률에 잘 반영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운송인과 화주는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포워더라는 운송주선인을 중간에 끼워서 운송인을 찾던 화주들이 운송인과 바로 계약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운송계약을 주선하는 계약운송인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율운항선박 상업화를 앞둔 시점인데, 법에 담아야 할 내용은

자율운항선박 4단계 완전무인화는 어렵지만 3단계는 가능하다. 육상에서 바다에 있는 선박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조종을 할 수 있다. 선박에 선장 이하 선원이 타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 손해배상책임관계가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해상법이 법리를 구성해 주어야 한다.

선원의 승선을 전제로 한 법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 항해과실면책이나 공동해손이 그렇다. 선장의 바다에서의 행위가 필요한데, 행위는 육상의 원격조종자가 하니까 바다라는 고려사항이 없어진다. 어떻게 정할지 고민해야 한다.

■탈탄소도 해상법에 담아야 하나.

탈탄소와 관련해 선박을 개조할 때 책임과 비용의 분담, 연료비 부담, 탄소세 부담 주체 등에 대해 법률에서 임의규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엔진개조는 선박소유자가 부담할 부분이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연료로 공급하는 것은 정기용선사가 부담할 내용이다. 용선계약서에 약정을 하면 되지만 약정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 상법 해상편에 정해 둬야 한다.

■세계 흐름을 볼 때 국내 해상법연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세계사의 큰 흐름은 예측가능성의 확보에 있다. 새롭게 생겨나는 법률관계, 예를 들면 자율운항선박 탈탄소 해상풍력단지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법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당사자들이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 있다. 새롭게 생겨나지만 다른 학문분야에서 다루지 않는 것을 해상법에서 다뤄야 한다. 바다 관련 모든 민사문제는 해상법 연구영역으로 보고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바다전문가모임을 하고 있는데, 의미는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년 한진해운사태를 겪으면서 바다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우리 국민들, 나아가 바다산업의 지도층들이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복원성이라는 개념을 잘 몰라서 세월호참사가 발생했다.

한진해운사태도 정기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영업망이 모두 깨져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정책결정권자들이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바다최고위과정을 만들었다. 바다최고위과정으로 200명을 배출했고, 바다 공부모임은 현재 925명이 가입해 온라인에서 격주로 공부하고 있다.

■해운기업들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임담합 여부를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 나라에서 정기선사들이 운임을 포함한 공동행위를 해도 좋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약간의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다. 운임인상에 대해 화주와 협의하고 해양수산부에 신고하라는 것인데, 이를 하지 않았다고 과징금이 부과된 상태다. 해수부와 선사들은 신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주와 협의하거나 신고하는 제도를 문제가 없도록 잘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정기선사들과 해수부, 공정거래위 담당자들이 모여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도선법에 유사한 제도가 있다. 하루빨리 합리적이고 논란의 여지없는 법제도를 만들어 우리 정기선사를 보호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 화주를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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