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법령 논란에도 민간플랫폼 막아서

2024-01-05 10:52:35 게재

'그 밖의 장소' 해석 스스로 뒤집어

시행령이 단체장 재량권 침해 논란

광주동구·전남영암 결국 모금 중단

민간플랫폼을 통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시행 첫해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행정안전부 반대로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민간플랫폼 모금을 진행한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은 행안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진행하던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이 올해 1월부터 모금을 중단했다. 행정안전부의 지속적인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민간플랫폼 모금은 강원 양구군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시작했다. 모금 목적을 사전에 알리는 '지정기부'도 처음 시도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접경지역 지원 같은 다른 권한까지 꺼내들고 압박하는 바람에 양구군은 운영 3일 만에 민간플랫폼 모금을 접어야 했다.

이렇게 민간플랫폼 제도 도입이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광주 동구는 생각이 달랐다. 고향사랑기부금법 8조 1항에 명기된 고향사랑기부금 접수장소에서 답을 찾았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납부하게 하거나 제12조에 따른 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자결제·신용카드·전자자금이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접수한다'는 조항에 주목한 것이다.

광주 동구는 이 조항에서 말하는 '그 밖의 장소'가 온라인 모금을 포함하고 있다고 봤다. 행안부 소관 법률인 기부금에 관한 법률에도 '그 밖의 공개된 장소' 조항이 있는데, 이에 대해 행안부 스스로 거리 모금과 온라인 모금이 모두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광주 동구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7월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전남 영암군까지 11월 민간플랫폼 운영에 동참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두 법에서 말한 '그 밖의 장소'의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플랫폼 허용 여부를 논의하자'는 국회 제안을 근거로 민간플랫폼 허용을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에 공문을 보내 민간플랫폼 모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두 지자체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새해 모금 창을 닫았다.

지자체들은 행안부의 법령 해석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법령이 정한 지자체장의 권한을 시행령이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제8조는 '행안부 장관 및 지자체의 장은 법 제12조 3항에 따라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전자정부법 제72조 1항에 따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위탁해 운영 중인 고향사랑e음 말고는 다른 민간플랫폼은 운영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지자체들은 이 조항이 현행 법을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고향사랑기부금법 제 12조 2항과 3항은 지자체의 장에게 고향사랑기부금 업무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를 민간플랫폼에 위임할지, 혹은 자체로 시스템을 구축할지 등에 대한 재량권이 행안부 장관과 함께 지자체장에게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제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 시행령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더 안 좋은 상황으로 가기 전에 행안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병행한 덕분에 영암군은 12억3919만원, 광주 동구가 9억2622만원을 각각 모금했다. 특히 영암군은 민간플랫폼 운영 한 달 만에 3억9079만원을 모금했고, 6개월간 운영한 광주 동구는 전체 모금액의 70% 가까이를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향사랑e음과 민간플랫폼이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행안부가 새로운 형태의 운영방식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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