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노동행정

노동약자 보호, 근로자 생명·건강 위해 현장 누벼

2024-01-05 11:44:09 게재

고용부 '202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 산업안전감독관' 선정 … 이정식 장관 "올해도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달라"

2019년 4월부터 두달간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사건 산업재해 등을 다룬 MBC 드라마 '특벌근로감독관 조장풍'이 방영됐다. 70분 기준 16부작(32부작)으로 매회 시원한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다. 한때 시청률 8.7% 기록 등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임금체불, 직장내 괴롭힘 등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노사갈등 현장, 그리고 산업재해 예방과 중대재해 수사현장에는 '특벌근로감독관 조장풍'인 2100여명 근로감독관과 800여명의 산업안전감독관이 있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최근 202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 10명과 '올해의 산업안전감독관' 6명을 선정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 새해 첫 민생행보 "임금체불 근절"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경기 성남시 성남지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장관은 "임금체불 근절이야말로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과 상식에 맞는 건전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가는 노동개혁의 시작이자 노사법치 확립의 핵심"이라며 "임금체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는 2100여명 근로감독관 가운데 노동사건 해결·근로감독·노사협력 분야에서 올해의 근로감독관 10명을 선정했다.

◆2100여명 근로감독관, 법치확립·약자보호 노력 = 노동사건 해결 분야에서 강진성 경기지청 근로감독관 등 4명이 선정됐다. 강 감독관은 지난해 4월 15명 대학생을 근로자로 사용해 과외교습업을 운영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강 감독관이 A씨가 임금체불액 1300만원으로 소액임에도 출석요구 불응, 과거 임금체불 이력 등 고의·상습적 체불행태를 적극 소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근로감독관]


김명희 안양지청 근로감독관은 근로자 230여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85억원을 체불한 토목설계업체 회장, 대표이사 등을 대상으로 청산 지도에 힘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산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자금을 개인적 증여세 납부 등에 유용했다. 김 감독관은 지난해 11월 B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김병곤 인천북부지청 근로감독관은 헬스장 체인점 대표가 근로자 100여명의 임금·퇴직금 3억5000만원을 체불하고 2022년 3월 잠적하자 헬스트레이너, 시간강사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이 필요함을 검찰 법원에 적극 소명했다. 치밀한 도피행각에도 끈질기게 추적해 1년 6개월여 만에 헬스장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해 8월 집행했다.

대유위니아전자는 경영악화 등으로 2022년부터 임금체불을 시작해 근로자 400여명의 임금·퇴직금 등 300억원이 넘는 체불이 발생했다. 하지만 박현철 대유위니아전자 대표이사는 체불 청산에는 미온적이었다. 정동준 성남지청 근로감독관은 지난해 9월 박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근로감독 분야에선 김지은 대전고용청 근로감독관 등 4명이 선정됐다. 김 감독관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수시감독을 주도하며 현장조사, 참고인 조사 등과 법리검토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혐의를 입증해 기소하고 재판에도 직접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 결과 "정신적 손상 행위도 괴롭힘 피해 및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범주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례를 이끌어냈다.

박민규 전주지청 근로감독관은 직장 내 괴롭힘, 폭언·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2회 걸친 특별감독으로 33건의 노동법 위반 적발했다. 또한 포괄임금 기획감독을 추진하면서, 제보자·근로자 면담 등으로 사업장의 편법적인 근무실태를 파악하고 공짜노동을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

심원영 부산고용청 근로감독관은 비정규직 감독을 주도하면서 30개 대상 사업장 중 14개(47%)에 대해서 차별시정 조치하는 등 실효성 높은 감독을 인정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지속됐던 중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전국적 기획감독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주도하고 7개 중소금융 지역본부와 청장 주재 간담회를 하는 등 재발방지에도 힘썼다.
 


최은진 서울고용청 근로감독관은 창업주의 폭행,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해 17건의 노동법 위반을 적발해 법적 조치했다. 이후 해당기업 대표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하는 등 근본적 개선을 위한 여건도 마련했다.

노사협력 분야에서는 2명의 근로감독관이 선정됐다. 변진기 포항지청 근로감독관은 노사의 입장 차이로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높았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교섭을 지원하는 등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지난해 10월 임단협 합의에 기여했다. 또 위법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근로시간 면제 감독 등으로 노사법치 확립에도 기여했다.

엄준용 서울고용청 근로감독관은 장기 노사갈등 사업장 등 주요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인 중재·지도하고 대규모 집회가 집중되는 서울지역 집회상황 관리 등으로 노사갈등을 예방에 기여했다. 노조회계 투명성, 위법한 단체협약 시정지시, 근로시간 면제 점검 등 노사법치에도 힘썼다.

[산업안전감독관]


◆800여명 산업안전감독관, 안전문화 확산 = 구자일 서울고용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은 서울지역 산업재해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안전모 착용 집중 지도 기간'을 운영하는 등 사고 사망자를 전년보다 11.9%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마트·농심·롯데웰푸드와 협업해 제품에 안전보건 구호를 붙이고 대중교통·백화점 등에서 홍보영상을 통해 산업안전을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엄성현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감독관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위반 첫 구속 사례인 한국제강 사건을 수사해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과 법의 엄정함을 알린 계기가 됐다. 중대재해 동향을 실시간 전달·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비상근무 계획에 따라 출동태세를 갖춰 신속하고 면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강종필 강원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팀 감독관은 지난해 중대재해법 사건 처리 실적 1위를 기록했고 도내 50인 이상 사업장의 중대재해 전년 대비 38.5% 줄였다. 중대재해를 총괄하며 경찰·소방서·안전보건공단과 협력하고 중대재해법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수시로 내부 검토회의, 사건별 쟁점 정리 등을 진행했다.

안세용 광주고용청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감독관은 공정안전관리(PSM) 전반을 전담하며 중소규모 사업장에 PSM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PSM 쉽게 이해하기' 책자를 자체적으로 발간해 사업장에 제공했다. 2022~2023년 여수산단 등 전남지역 PSM 사업장에서는 중대산업사망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인채 천안지청 건설산재지도과 감독관은 신속한 현장조사와 증거수집으로 건설업체 대표를 구속 수사하고 중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세무서를 압수수색하는 등 획기적인 선례를 남겼다. 전국 최초로 '중소건설업체 최고경영자 안전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는 관할 지역의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50% 이상 줄어드는 동력이 됐다.

한진우 보령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은 지형정보와 사업장 주소를 결합해 폭우·폭염 위험성이 큰 사업장을 분석하고 감독 동선을 효율화한 디지털 맵(지도)를 제작·활용했다. 지난해 관내에서 폭우·폭염 산재 사망자가 없었다. 건설기계 조종사를 위한 자율안전관리체계 개선, 안전자료 배포 등 새로운 시도도 했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권 보장과 노사법치 확립을 위해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한 근로감독관에게 감사드린다"며 "2023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1년 차에 자기규율 및 엄중책임이라는 원칙 아래에 모든 산업안전감독관이 노력해왔다"고 격려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