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여 '바지 사장'에 소득세 부과 정당"

2024-01-08 11:09:52 게재

법원 "조세 책임 감수의사 있다고 봐야"

일용직 노동자가 회사 대표자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가 과세 책임을 지게 됐다. 명의를 빌려 줬다면 바지사장이라도 조세책임을 감수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성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여간 이 회사 대표자로 과세관청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회사가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성남세무서는 대표자 인정상여로 A씨에게 2018∼2019년의 종합소득세 합계 1억6736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A씨가 자신은 B씨에게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에 불과하며, 회사의 실제 운영자였던 B씨의 부탁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바지 사장일 뿐이라며 과세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당사자 간 합의로 명의 대여가 이뤄졌기 때문에 과세 당국이 명의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명의대여는 실사업자와 합의 하에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라며 "이는 외부에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과세 관청은 사업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보고 과세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실질 운영자에게 명의를 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이로 인한 조세 법적 책임 관계에 대해서도 감수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회사 대표가 아니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아 과세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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