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돌고 돌아 '방탄정당' 대결이라니

2024-01-08 11:25:30 게재
흔히 선거 승패를 가늠할 3요소를 구도 바람(이슈) 인물이라고 한다. 지방선거냐 총선이냐 대선이냐 아니면 보궐선거냐 등등 어떤 선거냐에 따라 3요소 중 무엇이 결정타로 작용하느냐는 달라질 수 있겠다.

그래도 이른바 정치권에서 판을 보는 사람들은 구도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 웬만한 바람이나 인물로는 구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선거 결과가 잘 말해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자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새 정부 3년차에 시행되는 총선이니 '정권심판' 구도를 거저 먹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니, 친명 반명 갈등이니 시끄러운 당내 이슈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세심하게 다루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정권심판론이 높은 와중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요지부동인 상황으로 귀결됐다. 결국 민주당은 총선을 100여일도 안 남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때 얻었던 '이재명 방탄당'이라는 별명을 걷어내지 못했다.

'정권심판' 구도가 강화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당은 그동안 구도전환을 위한 노력을 꽤 해온 편이다. 집권 초반엔 '전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대선에서 드러난 '문재인정부 심판' 민심을 이어가려 했다. 이는 야당심판론으로 이어졌다. 정권교체가 됐지만 국회 다수당이 여전히 민주당이니 완전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며 폭주하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언제까지 전정부 타령할 거냐는 비판이 높아지자 이번에는 이념논쟁을 일으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그러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라는 죽비를 맞고선 집권 여당에 걸맞은 민생정당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최근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우며 미래 대선주자 대결 구도도 첨가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야당심판론의 다른 이름인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중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같은 구도 전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회가 '김건희 특검법'을 정부로 이송한 지 하루 만에 개최된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재의요구안을 신속하게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기존에 행사한 3번의 거부권과 비교해도 확연히 빠른 속도감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하여 여당이 얻은 새로운 별명은 '김건희 방탄당'이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민생·미래비전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한 두 방탄 정당의 대결을 보게 됐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어디까지 갈지 두렵기만 하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