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신년회, 4년 만에 한자리

"저출산·고령화 위기극복에 지혜 모아야"

2024-01-08 11:46:22 게재

"노사법치주의" "법치 넘는 협치"냐 시각차 … 경영계 "근로시간 유연한 운영 가능하게 개선"

노사정 대표자들이 4년 만에 신년인사회를 열고 덕담을 나누며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사정 대표자들은 인사말에서 강조점을 달리했다.
밝은 노사 관례를 위해 건배 |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박 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2024 노사정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신년 인사회에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 정 위원장(더불어민주당·경기파주을), 이수진·이은주 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코로나 19로 2021~2022년에는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로 김동명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신년인사회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만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불신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3일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에 전격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회적 대화는 재개됐다. 지난달 14일에는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으로 비공개 노사정 대표자 오찬간담회가 있었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위기 극복에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같은 해묵은 구조적 문제와 초유의 저출산·고령사회 도래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변화가 국민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는 거센 '변화와 도전의 위기'를 새로운 일자리 '기회'로 전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자세로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며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고용노동관계 구축과 선진적인 고용노동·조직문화 개선이 노동개혁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도 "저성장과 고물가의 고통이 본격적으로 국민 삶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국가소멸 위기에 버금가는 저출산의 심화, 현실로 닥친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의 그늘로 한국사회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노사정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여야의 타협과 지원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청춘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고 가정이 없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 수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속수무책 악화하고 있다"며 "노사정이 힘을 합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표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노사법치주의나 임금체계, 근로시간 등 현안에 대해서는 결을 달리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의 틀을 더욱 강화하고, 경사노위를 논의와 협의를 위한 기구에서 '법치를 뛰어넘는 협치'에 기반한 공동의 기구로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윤석열정부가 '법치주의'에 기반한 노사관계를 강조하면서 노조에 대한 강경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박 정 위원장은 "지난해 정부는 계속해서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다"며 "하지만 노조활동은 항상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에서 합법의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는 현행법의 잣대로만 노조활동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경식 회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저성장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노사정이 대화하고 협력해 여러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과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근로시간은 산업현장의 다양한 상황과 수요를 반영해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체계는 직무 가치와 성과가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부대표자 회의를 거쳐 조만간 논의 의제를 구체화하고 경사노위 내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도 빠른 시일 내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노사정 간 의제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경사노위·고용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적용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사회적 대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고용부는 근로시간제 개편 방향을 발표하며 "세부적인 사항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노사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다.

지난달 노사정 대표자 오찬간담회 직후 경사노위는 근로시간제를 포함해 다양한 의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근로시간에 관한 얘기는 나눈 바 없으며 향후 의제화되는 것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아울러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어 노사정 합의라는 결과물이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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