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일단 무산

2024-01-10 11:53:49 게재

민주당 '유예 불가' 가닥

노동계 "27일 반드시 시행"

정부 "27일 전까지 입법 처리"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2년 재유예가 일단 무산됐다. 정부와 경영계는 조속한 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노동계는 환영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9일 끝난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가 1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함에 따라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여야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키면서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은 2022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은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각각 1년과 3년을 유예해줬다. 이에 따라 이달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칙적으로 법대로 이달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면서도 △지난 2년 유예기간 동안의 조치 미흡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유예 기간 동안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수립 △앞으로 2년뒤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을 전제로 '2년 유예'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올해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안을 담은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2년 재연기 불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자 "당연한 결과"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은 27일부터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경제단체 등이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유예를 주장했지만,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죽음의 위험에 방치한 채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한번 죽은 사람의 생명은 유예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5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진행해왔다. 중대재해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까지 농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경제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표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경제계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답답하다"며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부디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정부는 민주당이 제시한 중대재해법 유예연장 전제조건 충족 및 취약 분야의 중대재해 대응 역량 획기적 강화를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며 "경제단체도 정부 대책에 협력하고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정부, 경제단체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83만7000개의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절박한 호소를 충분히 고려해 법 전면 시행일인 27일 전까지 적극적인 개정안 논의와 신속한 입법 처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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