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 연준, 양적긴축(QT)도 끝내나

2024-01-12 12:06:38 게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예상보다 완화적인 기조를 보이며 올해 금리인하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됐고, 금리인하에 대한 초기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연준의 '피벗'(pivot, 기조전환)에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채권 수익률은 급락하는 '산타랠리'를 촉발했다.

FOMC 이후 시장의 금리전망을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FedWatch)에서는 첫 금리인하가 올해 3월부터 시작되고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봤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였던 시장랠리는 올해 들어 연준 의사록 공개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를 비롯한 일부 연준 위원들이 3월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며 파월 의장 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서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매파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쏘아올린 QT 감속 논의 신호탄

6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AEA)에서 매파로 분류되는 댈러스 연준의 로리 로건 총재가 갑자기 연준의 대차대조표감축(양적긴축, QT) 감속 논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9조달러에 육박했던 연준의 자산은 올해 3월 기준 7조6810억달러로 그동안 약 1조3000억달러 감소했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고 QT마저 중단한다면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행했던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라는 긴축적이고 제약적인 유동성 정책의 족쇄를 모두 풀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로건 총재는 연설문을 통해 "역레포 프로그램(ON RRP)의 잔액이 낮은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대차대조표 감축 속도를 늦춰야 한다"면서 "먼저 속도를 늦춘 다음 점진적으로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식으로 갑작스러운 중단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차대조표 감축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결정에 앞서 기술적 요인들에 대한 논의를 몇주 안에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로건이 지적한 대로 시장의 '과잉 유동성' 지표인 역레포 잔고는 실제로 빠르게 감소중이다.

연준 대차대조표 부채계정에서 2022년 6월 1일 기준액과 2023년 1월 3일 기준액을 비교해보면 연준은행잔고(Bank Balances at Fed)는 3조3574억달러에서 3조4594억달러로, 유통통화(Currency in Circulation)는 2조2802억달러에서 2조3482억달러로 늘어난 반면 재무부현금잔고(U.S. Treasury Deposits/TGA)는 7806억달러에서 7435억달러로 줄었고, 특히 역레포잔고(Reverse Repurchase Agreements)는 1조9650억달러에서 7199억달러로 급감했다. 역레포는 월평균 1770억달러씩 주는데 6일 6914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와 지금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4월 중순쯤 잔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로건 총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흔히 양적완화(QE)와 QT라고 하는 벤 버냉키 의장시절 고안되고 시행된 연준 대차대조표 정책의 실행은 뉴욕 연은이 담당한다. 로건은 2022년 5월 댈러스 연은 총재가 되기 전까지 뉴욕 연은 부총재로 근무하면서 이 대차대조표 정책의 실무 총책임자로 2012~2022년까지 일한 사람이다. 그는 금융위기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에 없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연준 내에서 가장 중량감이 있는 인물인 셈이다.

QT 감속이 불러올 금융시장 환경 변화 대비해야

사실 로건 총재가 이 말을 꺼내기 이전 지난해 12월 연준 의사록에도 이미 "몇몇 참가자가 은행준비금잔액이 충분한 수준보다 다소 높을 때 대차대조표 감축 규모를 줄이고 그 뒤에 멈춰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약간의 힌트가 있었다. 의사록에는 "이 위원들이 대중에게 적절한 사전 고지를 해주기 위해 (QT)감속이 내려지기 훨씬 전에 QT감속을 위한 기술적인 요소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돼 있다.

따라서 4월쯤 역레포 잔고가 '0'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그 전에 QT감속에 나서야 하고, 감속에 나서기 전 시장에 고지하기 위해 공개논의를 해야 한다면 올해 FOMC 일정상 1월 31일 회의에서 감속을 논의하고, 바로 다음 회의인 3월 21일 FOMC에서 실제 QT감속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른 QT감속이 올 수 있고, 연준의 이런 결정이 금융시장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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