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쇼핑' 논란, 최태원·노소영 재판부 유지

2024-01-12 11:12:46 게재

서울고법 "재배당 사유 아니다" 결론

최 "재판부 폄훼" 노 "중대한 명예훼손"

'재판부 쇼핑' 논란이 제기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재배당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서울고등법원은 11일 '재판장 조카근무의 김앤장 소속 변호인 선임이 재판부 재배당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는 최 회장측의 요청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8호는 법관의 3∼4촌 친족이 변호사로 근무하는 법무법인이 사건을 수임한 경우, 친족 변호사가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법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우려가 상당해 재판부 재배당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담당변호사가 아니고 고용관계에 있는 경우, 법관과 친족 변호사의 친밀도나 소송 결과에 따라 친족 변호사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재판 공정성에 의심이 없으면 재판부를 재배당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

이에 서울고법은 검토 요청 사유, 재판 진행 경과 및 심리 정도, 권고의견 규정 취지 등을 따진 뒤 '재배당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측은 '재판부 쇼핑'을 언급하며 '재판부 폄훼', '중대한 명예훼손' 등 이틀째 법정 밖 공방을 이어갔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리인 추가 선임이 재판부 변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노 관장측이 악의적 비방으로 여론전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한 것은 법원을 압박해 소송절차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법치주의와 사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 쇼핑'에 대해 최 회장측은 노 관장은 재판 초기 배당된 재판부가 불리하다고 판단해 재판부와 인척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선임해 재판부를 작위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예상된다는 선입견을 퍼뜨리면서 현 재판부를 폄훼했다는 것이다.

반면 노 관장 대리인단은 최 회장측이 '재판부 쇼핑은 노 관장이 했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반박했다.

노 관장측은 가사3-1재판부의 재배당과 가사2부 결정은 법원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사3-1부에서 가사2부로 변경돼 원고가 입은 불이익은 무엇이고 피고가 얻은 이익은 무엇이었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했다.

당시 변호사가 떠난 것은 해당 법무법인에서 SK그룹과의 관계를 이유로 재판에서 사임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현실로 작동하고 있는 SK그룹과 그 총수의 막강한 금권력을 실감할 수 있는 씁쓸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앞서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은 같은 법원 가사3-1부(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나 노 관장이 재판장의 매제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클라스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자 현재의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재판부로 변경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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