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생물 남극으로 이사했다

2024-01-12 11:42:26 게재

극지연구소 유전자분석

북극생물이 남극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극지연구소가 지난 10일 발표한 '남극 외래종 기원'에 따르면 남극 사우스셔틀랜드 제도에서 15~20년 전 처음 보고된 겨울각다귀는 북극과 북미 지역에서 기원했다. 현재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등 사우스셔틀랜드 제도의 킹조지 섬에 위치한 대부분의 기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김지희 책임연구원, 강승현 선임연구원은 2017~2020년 세종기지와 인근 5개 기지에서 겨울각다귀 성체를 채집하고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이들은 겨울각다귀 기원지가 북극의 스발바르와 폴란드의 동굴 집단, 캐나다 테라노바 국립공원 집단 등 2곳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기존 서식지와 다른 남극 환경에 겨울각다귀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로 유전적 다양성을 지목했다. 소수의 외래종이 특정 지역에 침입하면 일반적으로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보이지만, 겨울각다귀의 경우 기원지가 여러 곳이어서 외래종이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남극은 남극을 둘러싸고 시계방향으로 순환하는 거대한 해류(남극순환류)와 극한의 기후가 자연장벽으로 작용해 외래생물 침입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와 남극관광 등으로 외래종 침입이 늘면서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희 책임연구원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알려진 배스, 뉴트리아와 같이 한번 유입된 외래종은 퇴치하기 어렵다"며 "외래종의 남극 유입방지를 위한 국제 공동대응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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