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실 외면한 뒤늦은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2024-01-12 11:51:04 게재
고기복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외국인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심의를 거쳐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2008년에 처음 마련된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2018~2022년에 3차로 마무리됐고 2023년부터는 4차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장관의 취임 일성으로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을 공언했던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2023년 종무식 하루 전날에야 '제4차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23년부터 시행됐어야 할 계획을 해를 넘기기 직전에 확정한 법무부는 1년 동안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1년간 외국인정책 공백, 사과없는 법무부

법무부장관이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1년 이상 방기해 놓고도 사과나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4차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민정책은 국익과 인권이 조화를 이뤄야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법무부의 4차 기본계획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뒤늦게 급하게 확정안을 내놓다보니 국익에 편향돼있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 예산 전액 삭감은 그 단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 등으로 입국한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금체불 등 고충상담과 한국어, 국내 생활법률 등 교육을 제공하던 전국 모든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2024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16만5000명으로 확정했다. 비전문 취업비자 발급 대상도 호텔 외식업계 등까지 확대했고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 역시 사상 최대인 6만1631명을 배정했다. 그 가운데 운영상의 심각한 인권, 노동권 침해 사례들이 숱하게 드러나고 있는 계절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의 3배가 넘는 4만9286명이나 배정했다.

이처럼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역대급으로 확대하면서 이주노동자 고충처리를 위한 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한 부분은 이주노동자 권익에 정부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말하고 있다. 또한 경제 통합 인권 국제협력과 인프라 영역에서 인권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하면서도 미등록자를 형사범 다루듯이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은 4차 기본계획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미래지향적인 이민행정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역대 최고치라는 42만 미등록자에 대한 사면합법화를 통한 사회통합과 숙련인력 확보 등의 실익과 인권을 지향해야 하는 그러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42만 미등록자에 대한 전향적 변화 절실

1년 동안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이 없어도 그 어느 부처, 지자체도 문제제기가 없는 현 실정이야말로 대한민국 이민행정의 민낯이다. 이런 상황이면 정부는 1년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보내버린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뒤늦은 확정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더불어 인권과 미래지향적인 외국인정책 실현을 위해 미등록자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기대난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