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2차가해' 대대장 무죄 … 유족 실신

2024-01-16 11:09:17 게재

중대장·군검사 징역 1년, 법정구속 면해

유족 강력 반발 "항소심 유죄 밝혀지길 바래"

고 이예람 중사의 성폭력 피해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대대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도중 이 중사의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등 유가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전 대대장에게 무죄를, 김 모 전 중대장과 박 모 전 군검사에게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김 전 대대장, 박 전 군검사는 2021년 5월 이 중사 사건에 대해 은폐시도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중대장은 2022년 3월 이 중사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 전 대대장에 대해 "피고인에게 2차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반드시 당시 중대장 등에게 2차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점을 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전 중대장의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로 판단됐다. 그는 이 중사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20비행단과 관련한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 간 부대에서조차 근무자들이 냉랭하게 대하는 반응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이 범행은 일반적 명예훼손 범죄와 죄질의 무게감이 다른데도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박 전 군검사는 수사 담당자로서 사건처리 지연책임을 피하고자 윗선에 허위보고를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군검사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에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고 개인적 편의를 위해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 사망 이후 사건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일정을 변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선고 과정에서 이 중사 어머니는 방청석에 앉아 선고를 듣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로 인해 선고가 4분여 중단되기도 했다. 선고 직후 이 중사 아버지는 선고 직후 김 전 대대장을 향해 "네가 어떻게 무죄냐"며 통곡하기도 했다. 이 중사 유족측은 선고 후 기자들에게 "재판부가 직무유기의 범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에 근거해 판단해 아쉽다"며 "항소심에선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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