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중동 화약고' 또 터지나

2024-01-16 10:45:01 게재

이란, 이라크내 이스라엘 첩보센터 공습 … 후티 반군, 미 선박에 미사일 공격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 GC)가 이라크에 있는 이스라엘 첩보센터를 공격하고, 예멘의 후티군은 미국 선박에 미사일 공격을 하는 등 중동 전역으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울림 없는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예멘 사나 인근 후티 반군 근거지에서 후티 전사들과 부족민들이 미국과 영국의 후티 반군 공습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16일(현지시간) IRGC가 케르만 공격에 연루된 테러리스트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IRGC는 공습 후 두 개의 별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 반자치 쿠르디스탄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의 '첩보 본부'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가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는 얼마전 이란 남동부 도시 케르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와 지난 연말 라삭시 경찰서에 대한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IRGC는 케르만과 라삭의 테러 공격과 관련된 지도자들과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확인했으며 이번 작전의 일부는 시리아의 테러 은신처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란에 악의적인 테러 단체가 어디에 있든 찾아내고 그들의 수치스러운 행위에 대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쿠르드 지역 아르빌에서 북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지역과 미국 영사관 인근 지역 및 민간인 거주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공격으로 4명의 사망자와 여러 명의 부상자가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아르빌 공항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두 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어떤 미국 시설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달 초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 순교 4주년 기념식 도중 케르만 시의 솔레이마니 매장지 근처에서 두 건의 테러 공격이 발생해 거의 9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자이쉬 알 아들(Jaish al-Adl) 테러 단체가 라삭(Rasak) 시의 경찰 본부에 매복 공격을 가해 1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홍해와 인근 지역을 둘러싼 예멘 반군과 미국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보복 공습을 받아 잠시 주춤했던 예멘 반군 후티가 또 다시 미국 회사 소유의 선박을 공격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15일 오후 4시께 후티 반군이 예멘에서 아덴만으로 지대함 탄도 미사일을 발사, 마셜제도 선적의 미국 회사 소유 선박 'M/V 지브롤터 이글호'에 맞았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미사일 공격으로 인명 피해나 배에 심각한 파손은 없었으며 선박은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 선박이 예멘 남부 아덴에서 남동쪽으로 177㎞ 거리의 아덴만에서 피격됐다고 전했고, 해상 보안 업체 암브레이는 선박이 미사일 공격을 당해 불이 났지만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암브레이와 미 중부사령부는 후티 반군이 이날 총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1발이 선박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은 아직 미사일 발사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후티군은 이날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알마시라TV를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포위가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 선박,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외국 선박을 계속 막을 것"이라며 "미국의 공습과 위협은 우리 군작전을 멈추게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홍해를 지나는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 민간 회사 소유의 선박을 공격했다.

이에 미국은 다국적군을 규합해 홍해 선박 보호를 위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폈고 지난 12일과 13일 예멘 내 반군 근거지를 공습했다. 그러자 후티 반군은 14일 홍해 남부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양측간 공격을 주고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아 방송은 예멘의 홍해 항구도시 호데이다에 있는 후티 반군 시설이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현지 주민을 인용해 호데이다 공항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후티 반군과 다국적군의 공방 속에 세계 3대 액화석유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회사 카타르에너지는 안보상 이유로 홍해상 LNG 운송을 중단키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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