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유가족·동료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

2024-01-16 11:42:20 게재

노동계, 고용부·중기부 장관

사업주 '민생간담회'에 반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추가 적용 유예를 목적으로 사업주들과 '민생현장 간담회'를 연 것에 대해 노동계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과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라며 반발했다.

15일 이 장관과 오 장관은 인천 서구의 아파트형 공장인 지식산업센터를 찾아 중소·영세 사업장 대표 6명과 간담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중대재해 예방이란 법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국회에서 적극 논의·처리해라"고 요청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25일 본회의가 중대재해법을 유예할 마지막 기회"라며 "국회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키면서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은 2022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은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각각 1년과 3년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이달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준비 미흡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요청했고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추가로 2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 등의 반발 속에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년 유예기간 동안의 조치 미흡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유예 기간 동안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수립 △앞으로 2년뒤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을 전제로 '2년 유예'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올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안을 담은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존 대책의 재탕 삼탕"이라며 비판했고, 민주당은 정부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사업주들을 모아놓고 중소기업 사업장이 어려우니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추가로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해놓고 이것을 민생현장 간담회라 포장한다"면서 "정부가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적용유예를 위해 투입한다는 재원도 마치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처럼 포장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의 산재예방 예산 규모 범위 내에서 소폭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를 반대하며 지난달 5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중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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