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격 침구사 의료인 아냐, 유죄"

2024-01-17 11:14:23 게재

법원 "국민의 생명 직결, 누구나 할 수 없어"

민간 자격을 취득해 침구시술을 해온 침구원 원장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돼 누구나 할 수 있는 민간자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박 민 판사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침구원 원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침구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무면허 침구시술과 의료광고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 사건은 민간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의료유사업자(침구사)'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의료유사업자는 의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자격을 받은 접골사 침사 구사 등을 말하는데, 1962년 3월 국민의료법이 폐지되면서 자격부여 근거규정도 삭제됐다. 이때 이후로는 신규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현행 의료법(81조)은 기존 자격자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침구사로 의료행위를 하려면 국민의료법에 따라 이미 자격을 받았든지, 현행 의료법에 따른 한의사 자격을 갖추든지 해야 한다.

A씨는 재판에서 자격기본법에 따라 사단법인 한국전문자격협회로부터 자격인증교육기관으로 지정된 동양의학표준과학원에서 민간 침구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에 근거해 설립된 동양보건의료생활협동조합에 의료유사업자 개설신고를 했다며 침구시술과 광고행위는 의료법위반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생협법(제11조 제3항)은 생협조합의 보건의료사업을 허용하면서 의료법 등 관계 법률에 우선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침구사 자격이 자격기본법에 따라 신설할 수 있는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분야인 침구사 자격은 누구나 신설·관리·운영할 수 있는 민간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침구사로 의료행위를 하려면 의료법이 정한 자격을 적법하게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생협법에 근거했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주지 않았다. 생협법이 보건의료사업을 허용한 것은 생협조합의 정당한 보건의료사업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일 뿐, 무면허 의료행위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이다.

박 판사는 "생협법은 의료인과 의료유사업자(침구사)의 자격, 의료인이 아닌 조합원의 의료행위 가부 등의 사항에 관해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생협법에 (의료유사업자) 근거 규정이 없어 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침구행위는 치료행위의 일종으로 진단과 처방까지 포함하는 의료행위"라면서 "의료인이 아닌 피고인(A씨)은 무면허 의료행위와 광고를 해 의료법위반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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