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농도에서 생명산업 거점으로 대전환

2024-01-18 10:53:57 게재

18일 생명경제도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333개 특례 효과 검증 … 소멸위기 극복

"조선시대부터 전라북도라는 이름으로 128년을 살았습니다. 올해 전북특별자치도 이름으로 특별한 기회를 찾아 도전에 나섭니다."


지난 11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인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김관영 도지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알렸다. 이틀 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한인 상공인들과 만남에선 "전북은 대한민국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미리 검증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전북은 특별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공식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전북자치도)는 제주·세종·강원에 이어 네번째 특별광역지자체가 됐다. 1000년 전(1018년 고려 현종) 처음 전라도라는 이름을 얻고 조선 말(1896년)부터 전라북도로 불린 뒤 128년만의 새출발이다.

100여년의 시간 동안 대한민국 대표 농도로 자리 잡았지만 비수도권, 산업화 소외, 광역시 부재로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 전북자치도의 출발 배경이다. 2022년 전북특별법을 제정해 설치근거를 마련한 후 지난해 12월 전북형 특례를 포함한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100여일 걸릴 만큼 속도를 냈다. 그만큼 절박하고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특화산업 집중 육성 기반 마련 =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상은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잘 드러난다.

중앙부처의 권한을 상당부분 넘겨 받는다는 일반적 특징 외에 '산업특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돋보인다.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600여개의 특례를 발굴해 230여개 조항에 담았고,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 333개 특례를 131개 조문에 담았다. 이 가운데 103개가 전북형 특례에 해당하고 18개 사업에 국가 재정지원을 명시했다. 균형발전과 전북의 특화산업 집중 육성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농생명산업을 비롯해 문화산업진흥·미래첨단산업·고령친화산업복합 단지 등 5대 핵심산업과 관련한 특례를 보장 받았다. 농림부 장관이 가진 농업진흥지역 해제·농지전용허가권 등을 이양 받는다. 도립공원 변경·해제권한과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도지사가 갖는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말 전북 지자체 및 교육청, 정치권 인사들이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새만금에 국제케이팝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바이오융복합·이차전지·무인이동체 등 첨단산업과 관련한 인력공급을 위해 사립대학 정원 조정 특례권한도 부여 받는다. 특화산업에 꼭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여기에 농생명산업지구 등 4개 특화지구에 외국인 체류기간을 별도로 지정해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현재 'E-9' 비자를 받은 비전문취업 외국인 근로자는 최장 4년 10개까지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다. 본국으로 돌아가 6개월이 지나야만 재입국이 가능했는데 전북에서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도 숙련기능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E-7-4' 비자나 'F-2' 비자 승급이 가능해진다.

◆권한이양 담은 법 재개정 불가피 = 자치권도 강화된다. 시군 통합을 위한 논의와 관련해 해당 지역 주민·기초자치단체장과 의회에 한정됐던 건의 권한이 자치도지사에게도 부여된다. 김관영 지사는 "전북자치도는 농도전북이 생명산업 거점으로 대전환한다는 의미"라며 "전북에서 검증한 특례는 지역 소멸의 위기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특별자치도 출범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 지방 이전 확대에 필요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별도 계정 설치나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조성에 핵심요소인 원격의료 특례 등은 중앙정부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도의원 선거구 확정권 이양 특례도 제외됐다. 당초 전북자치도가 요구한 232개 조문 가운데 56%만 담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유기도 하다. 전북자치도는 2차 법 개정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과 소통강화를 통해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는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인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면서 "행정기관만이 아니라 도민이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민참여 확대 등 종합계획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오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비슷한듯 다른 제주·강원·전북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