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중도표심 업고 뉴햄프셔 상승세

2024-01-18 10:32:25 게재

"보수세 강한 주들에선 딜레마에 빠질 수도"

트럼프, 정체성 거론 역공

오는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공화당 뉴햄프셔주 대선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중도 표심을 등에 엎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판세 뒤집기'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중도층 지지에 따른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의 1차 승부처인 뉴햄프셔주에서는 중도층 공략이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다음 승부처인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다른 경선에서는 이 전략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뉴햄프셔주 선거 당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87만3000여명의 등록 유권자 가운데 민주당은 26만2000여명, 공화당은 26만7000여명, 무소속은 34만3000여명이다.

뉴햄프셔주 경선은 프라이머리 방식이라 무소속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소속 정당이 있는 유권자는 다른 정당에 투표할 수는 없으며, 무소속 유권자도 민주당과 공화당 중 한 곳만 투표소에서 당적을 일시적으로 갖는 방법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산술적으는 공화당 유권자보다 무소속 유권자가 더 많다. 외교정책 등에서 전통 보수적 성향인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에서 최근 지지율이 상승한 배경에도 무소속 유권자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의 동률을 기록한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의 여론조사(12~15일)에서 무소속 유권자의 51%가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소속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유권자로부터는 35%의 지지를 확보, 트럼프 전 대통령(47%)에 비해 12%포인트나 낮았다.

문제는 중도층 지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미 NBC뉴스는 헤일리 전 대사가 2000년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존 매케인 당시 상원의원과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당시 매케인 후보가 중도 표심을 기반으로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하면서 상승세를 타자, 부시 전 대통령 측은 다른 당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공세를 했다. 뉴햄프셔주에서 18% 포인트차로 이겼던 매케인 후보는 2주가량 뒤 진행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는 13%포인트차로 패배했다.

NBC뉴스는 "헤일리가 뉴햄프셔에서 비공화당원의 힘으로 승리한다면 다른 지역의 공화당원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의심을 갖고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는 헤일리 전 대사가 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NBC뉴스가 공화당 당원만 참여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 직전인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 43%는 '트럼프가 후보가 될 경우 바이든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같은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의 성향을 문제삼아 정체성 공격에 들어갔다.

그는 전날 유세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이 '친바이든'이라면서 "헤일리가 이기면 바이든이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세가 민주당의 역선택이라는 논리로 공세를 편 것이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