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트너 떠난 HMM, 아시아 고립되나

2024-01-19 11:30:47 게재

하팍, HMM 대신 머스크와 손잡고 탈탄소 주도

2016년 머스크주도 치킨게임 땐 한진해운 탈락

HMM 미래가치 변화로 매각협상 흔들릴 수도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덴마크 선사 머스크와 세계 5위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가 17일(현지시간) 새로운 해운동맹 '제미나이'(Gemini Cooperation)를 내년 2월 발족한다고 발표, 세계 해운시장에 충격을 줬다. 국내 최대 선사 HMM은 함께 동맹을 운영하던 하팍로이드가 떠나면서 직접 충격파를 받게 됐다.
새로운 해운동맹을 결성하기로 한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선박이 각각 로테르담 항구에서 하역작업 중인 모습. 사진 연합뉴스·AFP

2010년대 세계 해운시장을 흔들었던 머스크는 지난해 스위스 선사 MSC와 함께 운영하고 있던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을 2025년 해체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 하팍로이드와 새로운 동맹을 체결한다고 밝혀 세계 해운시장을 또 놀라게 했다. 머스크는 2010년대 초대형·친환경 선박을 투입하며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 해운시장의 '치킨게임'을 선도했다. 한국의 한진해운은 이 경쟁 과정에서 탈락, 2016년 부도·폐업했다.

하팍로이드는 탈탄소 지정학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머스크와 손잡고 변화에 적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팍은 현재 HMM 양밍(대만) ONE(일본)와 함께 '디 얼라이언스'라는 해운동맹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하팍이 속해 있는 디 얼라이언스 동맹은 2030년까지지만 1년 전에 동맹사들에게 공지하고 탈퇴할 수 있다.

하팍은 지난해 말 민영화 작업에 돌입한 한국의 HMM을 인수하겠다며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탈락한 후 방향을 바꿨다. HMM 관계자는 "하팍은 17일 HMM 양밍 ONE에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며 "ONE 등과 만나 대응책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와 하팍이 각각 자사 홈페이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양사가 결성하는 새로운 해운동맹 '제미나이'는 6m 길이 컨테이너 340만개(340만TEU)를 운송할 용량을 갖춘 약 290척의 선박으로 함대를 구성한다. 머스크와 하팍은 각각 60%, 40%를 배치할 예정이다.

양 사는 모두 탈탄소화를 강조했다. 머스크는 2040년 탄소배출 순 제로, 하팍은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다. 모두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2050년 즈음 탄소중립' 목표보다 빠르다. 이들은 "업계에서 가장 야심찬 탈탄소화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2010년대 세계 해운시장을 강제한 혁신이 원가절감, 효율성이었다면 향후 펼쳐질 해운경쟁은 탈탄소 적응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HMM은 2020년 이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새롭게 운영하며 높은 원가경쟁력을 갖췄지만 탈탄소 대응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과제다. HMM은 지난해 2월 메탄올을 주연료로 하는 9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하며 친환경 선박 도입을 본격화했다.

제미나이는 올해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부터 운영한다. 이들은 △아시아~북유럽 △아시아~지중해 △중동 · 인도~유럽 △아시아~중동 △아시아~미국 동부 해안 △아시아~미국 서부 해안 △대서양 횡단 등 7개 항로를 포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하팍의 이탈로 초대형선이 운항하던 유럽항로 경쟁력이 흔들리게 됐다.

디 얼라이언스에 남은 양밍 ONE와 HMM은 대만 일본 한국으로 모두 아시아 국가다.

HMM 매각협상도 디 얼라이언스 해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8일 "하팍로이드와 함께 하면서 유럽항로 화물을 공동 집화하다가 단독으로 하게 되면 화물을 다 못 채울 가능성이 있다"며 "HMM의 미래 현금흐름이 바뀌게 되면 기업가치평가에 영향을 주게 되니 하림에서 다시 협상하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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