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경선, 조기 판가름 가능성

2024-01-22 11:46:46 게재

트럼프 뉴햄프셔 압승시 대세론 … 헤일리 전대사 '반트럼프' 확장성 주목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중도사퇴로 조기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첫 번째 승부처였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차지했던 디샌티스 후보의 사퇴로 공화당 경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양자 구도로 좁혀졌다. 23일(현지시간)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트럼프가 압승할 경우 대세론은 완전히 굳어질 전망이다. 동시에 헤일리는 사퇴 압력을 받게 된다.

플로리다 주지사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론 드샌티스는 21일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퇴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반대로 아이오와에서 3위를 차지했던 헤일리 전 대사가 승리하거나 비등한 승부를 한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바뀐다. 가뜩이나 사법리스크 등으로 논란이 큰 '반트럼프 정서'가 현실로 드러나면 공화당 후보 경선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트럼프와 헤일리 모두 뉴햄프셔 경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트럼프의 대세론이 큰 상황이다.

미 CNN 방송과 뉴햄프셔대학이 지난 16∼19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뉴햄프셔 유권자 12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도 ±2.8%)해 21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50%로 헤일리 전 대사(39%)를 11%포인트 앞섰다. 이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전격 사퇴를 선언한 디샌티스는 6%를 얻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월 초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가 각각 39%, 32%를 얻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의 뉴햄프셔주 여론조사 종합 분석에서도 이날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4%로 헤일리 전 대사(36.2%)를 11.2%포인트 앞섰다.

중소후보들이 사퇴하면서 트럼프와 헤일리가 그 표를 흡수하고 있지만 트럼프 상승세가 더 큰 모양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뉴햄프셔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뉴햄프셔주는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 경선 방식을 취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 및 무당층이 많다. 다른 주에 비해 트럼프가 불리하다는 평가인 만큼 헤일리 입장에서는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트럼프 대세론은 완전히 굳어질 수밖에 없다. 두 후보가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거칠게 맞붙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맨체스터 유세에서 "헤일리는 절대 안 된다는 무늬만 공화당원, 급진 좌파 공산주의자, 자유주의자, 바이든 지지자들과 부정한 동맹을 맺었다"면서 "도대체 무슨 공화당 후보가 이러냐"고 비판했다. 또 △노령연금 수령 연령 상향 추진 △전국 소비세 부과 찬성 △우크라이나 등 원조 찬성 등을 이유로 내세워 헤일리 전 대사를 재차 공격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계인 헤일리 전 대사의 이름을 조롱하고 있으며 '새대가리'(Birdbrain)라는 별칭도 사용하는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도 고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77)의 인지 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맞받아쳤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자신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혼동하자 "해당 직무 수행에 있어 인지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을 선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NBC 뉴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노령연금 연령 상향 및 전국 소비세 부과 찬성 비판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대응하고 있으며 국제 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도 수차례 글을 올리면서 "트럼프로부터 나아가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너무 많은 거짓말'"이라면서 "트럼프가 말한다고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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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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