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감형

2024-01-25 11:21:12 게재

국정농단 재판 7년 만에 마무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이 재판은 2016년 말 불거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마지막으로, 파기환송심 선고까지 내려지면서 사법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박영수 특검팀'이 김 전 실장 등을 기소한 지 약 7년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원종찬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각각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앞서 파기환송 전 2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토록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시간 문화예술계에서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차별적 인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정신적 재생산 기능이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사람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7년간 재판이 진행됐는데 박영수 특검의 사임으로 재판이 상당기간 지연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4년 전 대법원의 뜻에 따라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에게는 문체부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며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이들이"의무 없는 일을 시킨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 등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등에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등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6년 10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은 박 전대통령을 탄핵에까지 이르게 한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가 됐다. 특검팀은 출범 직후 2017년 2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1~2심에서 잇따라 유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은 2020년 1월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단계에서 박 전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에 휘말려 2021년 7월 사임해 재판은 공전했다. 2022년 12월 특검법이 일부 개정돼 사건을 서울고등검찰청장이 이어받았고, 지난해 7월에야 심리가 재개됐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했던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가 제공한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 이용한 혐의,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개발사업 관련 청탁 대가로 거액을 약속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됐던 58명 중 징역 18년형을 확정받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만 유일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에 벌금 180억원이 확정됐으나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사면·복권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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