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교섭거부는 부당노동행위"

2024-01-25 11:21:13 게재

항소심도 "CJ대한통운이 사용자" … CJ측 "무리한 법리해석, 상고"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재확인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원청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로 다른 업종의 원·하청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재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6-3부(홍성욱 부장판사)는 전날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민주노총이 연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CJ대한통운은 단체교섭요구에 응하고 국회는 노조법 2·3조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며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관계를 맺지 않았더라도 '실질적 사용자'이므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은 고용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택배노조는 구제를 신청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노위 판단을 뒤집고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CJ대한통운이 제기한 1심에서도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중노위의 재심 판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오자 노동계는 환영하며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택배노조와 민주노총,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등은 이날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고용관계 속에서 '진짜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라며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특히 이번 판결로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에는 이번 판결의 취지와 같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이 담겼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은 윤 대통령이 행사한 개정 노조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라며 "국회는 노조법2·3조 개정에 다시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한남진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