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지휘부 공백 장기화 … 수사동력 약화 우려

2024-01-26 11:14:48 게재

김진욱 처장 이어 여운국 차장 퇴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이어 차장까지 후임 없이 퇴임하면서 지휘부 공백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공수처가 진행하는 주요 사건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전 공수처장이 퇴임한 이후 처장 직무대리를 맡아온 여운국 차장이 이날 사실상 업무를 마무리 한다. 여 차장의 임기는 28일까지다.

앞서 김 전 처장은 지난 19일 이임식을 갖고 3년간의 공수처장 임기를 마무리했다.

처장에 이어 차장까지 공석이 되면서 공수처 인사위원 중 최장기간 재직한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과 차장을 동시에 대행하게 됐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 선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대행체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2명의 인사를 추천해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5명 이상 동의해야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추천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6차례나 회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후보 중 1명으로 오동운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를 선정했을 뿐 나머지 한 명의 후보는 정하지 못했다.

오 변호사 외 다른 한명의 후보로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 혁, 한주한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5차 회의에서 4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 후보를 놓고 여권측 위원과 야권측 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장관 교체까지 맞물리면서 후보 선정은 더 늦어지고 있다. 추천위는 지난 10일 6차 회의에서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이 김상환 대법관에서 천대엽 대법관으로 교체되는 것을 고려해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7차 회의 일정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을 대행하던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이 심우정 차관으로 바뀌고, 법무부 장관에 박성재 전 고검장이 지명된 것도 변수다.

추천위원 변경 이후 2명의 후보가 선정된다 해도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공수처장 임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이 길어지면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 동력 약화가 우려된다.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지난 16~17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근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공수처는 또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5차례나 출석에 응하지 않았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난달 초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무래도 영장 청구 등 중요 결정단계에서는 다소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수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