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AX(AI전환) 시대 | 5. 농업·항만

컨테이너 정렬 실시간 분석, 위험요소 제거

2024-01-26 11:33:10 게재

AI로 무인자동항만 안전·생산성 높여 … 하역시간 16.7% 단축, 스마트항만 전환

인공지능(AI)이 인간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알파고에서 시작된 미풍이 2022년 말 챗GPT 등장과 함께 광풍으로 변했다. 산업측면에선 일부 첨단 분야를 넘어 모든 영역에 AI가 더해지면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AI전환(AX)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내일신문은 생성형AI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이 산업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이 운영할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는 국내 최초의 완전자동화항만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완전자동화 하역장비와 운영체계를 점검했다. 사진 연합뉴스


중대재해 발생으로 고위험사업장으로 알려진 항만이 안전하고 생산성 높은 작업장으로 변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부산항을 2030년 세계 3위권 스마트항만으로 바꾸겠다며 해운-항만 연계 영역과 안벽 이송 게이트 야드 이송·야드 영역 등 6개 영역 12개 부문에 스마트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건설현장보다 빨리 손상되는 와이어로프 상태 진단도 AI로 = 컨테이너 정렬상태가 안전한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그 중 하나다.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두는 장치장에 화물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는 최대 5단 높이로, 화물이 없는 빈 컨테이너(공컨)는 6단 높이로 쌓아둔다. 정렬상태 모니터링 기술은 아래 위 컨테이너를 연결한 락홀이 같은 수직선 상에 있는 경우는 '정상', 아래 위 락홀의 수직선이 서로의 범위 안에 있을 때는 '위험', 락홀 수직선이 서로의 범위 밖으로 벗어난 경우는 '매우 위험'으로 분류해 위험, 매우위험 상태를 통제실에 통지해 위험요소를 제거하게 한다.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항만연구부장은 25일 "컨테이너가 똑같은 높이로 쌓여 있으면 강풍이 불어도 영향을 덜 받는데 화물을 빼다보면 이가 빠지듯 높낮이가 달라지고, 그 사이로 부분적 강풍이 불어 컨테이너가 흩어지거나 넘어질 수 있다"며 "기존에는 작업자가 지나가면서 보고 개선했는데 이제는 영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바로 분석, 통제실에 보고해 바로 개선한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장치장 상태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발견할 수 없는 수요다. 영상은 야드트랙터나 순찰차, 작업차량 등 항만 내부를 계속 돌아다니는 차량에 장착해서 촬영, 실시간 분석한다.

부산항만공사가 부산신항에서 컨테이너 정렬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영상자료를 인공지능으로 분석, 위험한 상태를 감지해 바로 개선한다. 사진 부산항만공사 제공


인공지능이 컨테이너 장치 상태를 3가지 범주로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CCTV 영상을 활용했다. 1만9112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7만9423개를 확보, 분석했다.

컨테이너 정렬상태 모니터링 기술은 부산항만공사가 부산지역 업체 두 곳과 함께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까지 현장 시험을 마친 후 내년부터 부산항 전체와 전국 항만으로 확산 보급한 후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업체들은 모니터링 기술에 더해 기후변화로 더욱 자주 발생하는 해안강풍까지 예측해 분석해 달라는 추가 주문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컨테이너 정렬상태 모니터링 + 강풍예측 모델'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컨테이너 등 화물을 하역할 때 사용하는 와이어로프 상태 진단도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다.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박스를 올리거나 내릴 때 모터가 드럼을 돌려서 와이어로프를 감거나 풀어 짐을 올리고 내린다. 유인 작업일 때는 8시간씩 3교대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와이어로프 이상 상태를 감지했다.

하지만 크레인 작업을 무인 자동화하거나 멀리서 리모트 컨트롤하게 되면 작업자가 조정하는 것에 비해 와이어로프 상태의 이상을 감지하는 감각이 떨어진다. 무인자동화하면서 쉬는 시간 없이 크레인 작업이 연결되면서 와이어로프 피로도도 높아져 철사를 다발로 묶은 와이어로프가 끊어지는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3000시간 정도 쓰고 교체하는데, 무인자동화 후 1800시간 정도 되면 밖에서부터 끊어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신항 3부두 운영사와 갖는 정기적인 기술협의회에서 이런 어려운 점을 해결해 주면 좋겠다는 건의를 받고 지난해 10월부터 로프진단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철사 등 쇠로 된 와이어로프에 전자기장을 발생시켜 끊어진 부분에서 나오는 신호를 감지, 통제실에 알려주면 크레인 작업을 멈추고 와이어로프를 교체하거나 보수한다.

연 부장은 "건설현장이나 공장 천장크레인 등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항만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건설현장이나 공장에서 와이어를 풀고 감는 속도는 초당 2m 수준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는데 항만에서는 초당 6m 속도로 해 충격과 진동이 커 와이어로프 손상이 더 많다"며 "진단기술을 부산항에 적용한 후 전국항만과 해외로 확대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기술은 전자기장을 와이어로프에 쐈을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사용한다. 위치정보와 결합해 이상부위를 자동으로 파악한다.

◆위치·기상 따라 항만용 드론 운항 최적경로 분석 = 인공지능으로 드론스테이션(드론 격납고)도 개발 중이다. 항만에서 많이 사용하는 드론이 이곳에서 자동 이·착륙하고 배터리도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드론촬영을 위해 현장에 가려면 드론 배터리 조정기 등을 넣은 커다란 여행가방 크기 가방 세개를 들고 간다. 목적 현장까지 오가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부산신항에 있는 욕망산 상단을 절토하는 현장이 상단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으면 본사 건설본부에서 현장까지 이동한 후 산 밑에 주차하고 올라가 촬영하고 다시 돌아오는데 4시간 정도 걸린다.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피해사항을 보는데 총 6~7시간 걸린다. 동일한 장소를 드론을 이용해 3D로 촬영·분석하는데 40분이면 충분하다.

담당자가 직접 가지 않고 드론스테이션을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하고 번거로움도 해소한다. 10월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위치나 날씨에 따라 드론조정 방법이 달라지는데 인공지능 기술은 위치정보나 기상정보에 따라 최적의 드론 경로를 찾아 비행할 수 있게 하는데 사용한다.

항만 디지털트윈에도 인공지능을 결합해 생산성을 높였다. 선박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안벽크레인 하나에 야드트랙터는 4~5대 배정해 작업하는데 지금까지는 1번부터 5번까지 순서대로 작업하고 대기했다. 3번이 가까운 곳에 짐을 내리고 빨리 돌아올 수도 있지만 자기 순번이 아니면 화물을 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치정보(GPS)를 기반으로 빨리 돌아오는 트랙터에 화물을 주는 식으로 작업순서를 바꾸니 생산성이 16.7% 향상됐다. 안벽크레인 야드트랙터 모두 무인자동화된 항만에서 유용한 방식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무인자동화되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2-5, 2-6단계와 진해신항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 동원그룹의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이 가동하게 될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완전자동화항만으로 운영된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 원격 컨테이너크레인과 무인 자동이송장비(AGV)를 도입해 선박의 접안부터 항만 출입까지 안벽(선석)-이송-야드(장치장) 전 영역에서 사람 없이 운영된다.

길이 1050m 선석 3개를 갖추고 83만7000㎡ 면적에 6m 길이 컨테이너 195만개를 장치할 수 있다. 안벽-이송-야드 등 모든 영역에서 무인 자동화시스템을 운영해 항만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생산성을 높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자동화 터미널은 81개 운영 중이고, 2026년까지 34개 터미널이 추가될 전망이다.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항만연구부장은 25일 "자동화항만 시스템이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장치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개발·적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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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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