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100만권 해킹' 공범들 징역형 선고

2024-01-29 11:12:06 게재

알라딘 협박 10대의 공범들

주범은 2월 2일 선고 예정

지난해 출판업계를 뒤흔든 알라딘 해킹 사건의 주범인 고등학생을 도운 공범들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또 베스트셀러 등 전자책 수백만권을 탈취한 뒤 수십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한 주범 박 모군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일 열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박강민 판사는 공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모씨와 정 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인터넷서점 '알라딘' 등 유명 업체를 상대로 탈취한 전자책 5000권을 유포하고 피해 업체를 상대로 '추가 유포하겠다'며 돈을 뜯어낸 박 모군을 도운 공범들이다. 각각 비트코인 환전과 현금 수거책 역할을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인 박군은 당시 숙련된 프로그래밍 기술을 토대로 알라딘 전자책 서비스 시스템의 취약점을 발견해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을 해제할 수 있는 일명 '복호화'(암호화의 반대말) 키를 무단 취득했다. DRM 암호를 해제하면 정식 구매한 사람처럼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데, 박군은 이런 방식으로 전자책 약 5000권의 암호를 풀어 텔레그램방에 유출했다.

박군은 이어 텔레그램 방에서 피해 업체를 겨냥해 추가 유출을 예고했다. 박군은 "비트코인 100BTC(당시 약 36억원)를 보내주지 않으면 100만권까지 간다"며 알라딘을 협박했다.

알라딘은 박군과의 협상 끝에 같은 달 비트코인 8BTC(당시 약 2억9000만원)를 3회로 나눠 보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이상 거래가 탐지돼 0.319BTC만 전송되자 박군은 2BTC에 해당하는 현금 7520만원을 현금으로 줄 것을 요구했다.

알라딘은 박군 요구대로 약속된 장소에 현금이 담긴 쇼핑백을 놓아뒀다.

박군은 현금을 수거해 비트코인으로 바꾸기 위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전자책 정보를 나누며 알게 된 박씨와 정씨에게 이를 맡겼다. 이들은 평소 텔레그램에서만 대화한 탓에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 사이였다.

정씨는 2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물품보관소에 알라딘이 보관해둔 현금을 수거한 뒤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박씨에게 전달했다.

박씨는 정씨를 통해 전송받은 비트코인을 박군 등이 관리하는 개인 전자지갑으로 분산 전송했다. 자신의 몫으로도 일부 비트코인을 전자지갑으로 전송해 다른 종류의 가상자산으로 교환했다.

박 판사는 "이들이 알라딘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박군과 명시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박군은 알라딘 외에 또 다른 인터넷 서점과 입시학원 시대인재, 메가스터디를 해킹해 온라인 강의 동영상을 외부에 유포하면서 비트코인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군은 또 다른 인터넷 서점에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학원들에는 요구가 거절돼 돈을 받지 못했다.

박군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일 열린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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