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총장 공석 장기화로 파행

선장없는 해양대, 미래설계 표류 … 교육부 총장 공석 방치

2024-01-31 10:58:00 게재

올해 글로컬대학 신청을 위한 대학과 지역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재도전에 나서는 한국해양대학교에는 초조감이 확산되고 있다. 3개월째 총장 공석이 이어지면서 글로컬대학 신청을 위한 준비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과 해양계의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국립 부경대학교와 통합논의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제9대 총장 임명 후보. 도덕희 기계공학부 교수

총장공석 상황이 길어지자 부산지역에서는 임명절차를 미루고 있는 정부가 해양과 지역을 홀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양대는 지난해 7월 총장선거를 실시하고 1, 2 순위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총장 임기가 끝나고 총장직무대리 체제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총장을 임명하지 않아 리더십 공백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글로컬대학 재도전 지휘부 부재 =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민원 창원대 총장 임용 예정자는 30일 경남도청에서 대학혁신 간담회를 진행했다. 창원대는 경남도립대학 2곳과 통합해 연구 분야 인재와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기능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발전방안을 경남도에 제시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곳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한다. 글로컬대학에 범부처와 지자체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지방대육성법에 따른 특성화 지방대학으로도 지정할 예정이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각 글로컬대학은 지자체 지역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대학과 지역이 동반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혁신 전략을 수립·추진하게 된다.

제9대 총장 임명 후보. 류동근 해운경영학부 교수

지난해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의 방침이 나오자 한국해양대 안팎에서는 "해양대를 위해 나온 정책"이라며 환영했다. 해운산업 인력을 양성하며 국제사회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학교라는 전통과 해기사 양성을 넘어 새로운 대학으로 변신하지 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해양대는 글로컬대학에 신청했지만 지난해 선정된 10개 대학에 포함되지 못했다. 해양대는 충격에 빠졌고 지속 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됐다. 2018년 교육부에서 진행한 대학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에 머문 것에 이은 충격이었다.

◆총장 부재로 부경대와 통합논의 대응도 못해 = 글로컬대학 탈락의 충격이 올해는 새로운 양상으로 커지고 있다. 부산수산대학과 부산공업대학이 결합해 1996년 탄생한 국립 부경대학교가 해양대와 통합논의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해양대는 이에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 두 대학의 통합이 성사되면 입학생 5000명, 재적학생 2만8000명을 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분야 특성화 국립대학이 탄생한다. 해양대가 지난해 11월 교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의사'를 묻는 온라인 설문을 벌인 결과 교원 73.62%, 직원 74.45%, 조교 70%가 부경대와 통합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부경대 안에서는 두 대학이 통합하면 '해양과학 카이스트'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통합모델을 바탕으로 글로컬대학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최석윤 해양대 교수는 30일 "직무대리로서 일상업무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대학의 진로와 운명을 결정할 글로컬대학 신청과 통합논의는 대행체제로 할 수 없다"며 "책임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총장이 빨리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부경대 총장도 "아직은 아무것도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31일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최대한 빨리 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해양대 총장임명을 미루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양대는 지난해 7월 제9대 총장 임명 후보자로 도덕희 기계공학부 교수, 류동근 해운경영학부 교수를 1, 2순위 후보로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당시 총장이었던 도 교수는 직원을 포함한 전체 투표에서 류 교수를 앞섰고, 류 교수는 교수 투표에서 앞섰다.

정연근 곽재우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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