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사리를 데친 고사리로 수입, 부가세 내야”

2024-02-05 13:00:38 게재

'데친채소류’ 부가세 면세혜택 … 살균처리 '삶은제품' 과세대상

‘데친 채소류’ 부가세 면세혜택 살균처리 삶은 제품은 과세대상

‘삶은 고사리’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데친 채소류는 단순 1차 가공만을 거쳐 면세 대상이지만, 상당 시간 여러 차례 가열해 살균 처리한 삶은 제품은 과세 대상이라는 이유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중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는 무역업자 A씨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중국에서 고사리 1290톤을 수입했다. 품명은 ‘데친 고사리’, 관세율 ‘20%’, 부가세 ‘면세’로 수입 신고해 통관지 세관장인 인천세관장으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세관은 A씨의 수입 물품이 ’데친 고사리‘가 아니라 ’삶은 고사리‘에 해당하고 1~2㎏ 단위로 포장돼 수입된 후 그대로 소매 판매되고 있어 부가가치세 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세관은 A씨에 부가세 2억4219만여원, 가산세 2166만여원 등 총 2억6885만여원을 부과했다.

부가가치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품목의 수입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는데, 건조·냉동·염장 등 원 생산물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은 정도의 1차 가공을 거친 식료품까지 여기에 포함한다.

데친 채소류 등 단순가공 식료품의 경우 포장 단위 그대로 공급하는 경우 면세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단순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한 경우에는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부가세 무효 소송에 나선 A씨는 “데친 고사리와 삶은 고사리를 구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음에도 세관이 근거 없이 수입 물품을 삶은 고사리로 판단했다”며 “남양주세무서,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이 사건 수입물품이 데친 고사리에 해당해 면세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과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므로 당연 무효에 해당한다”면서 “설령 부가세에 관한 부분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세법을 위반한 데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가산세 부과처분은 당연무효”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입물품의 제조공정 및 중앙관세분석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수입물품은 부가세 면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입한 고사리는 60~80℃ 온도의 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한 시간 동안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 후 보존·살균 처리된 제품”이라며 “단순한 1차 가공만을 거친 데친 채소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입 시 포장된 형태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됐기 때문에 단순히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원고는 과세관청에서 이와 다른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