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혐의 줄줄이 무죄에 체면 구긴 검찰

2024-02-06 00:00:00 게재

“판결 검토해 항소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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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기소했다.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이같은 부정행위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였다.

당시 이 회장측 요청으로 열린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며 검찰의 핵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의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이 재판 과정에서 탄핵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내고 숨겨진 회사 공용 서버와 직원들의 노트북 등을 확보해 증거로 삼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제출한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휴대전화 내 문자메시지도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등 나머지 13명의 피고인 모두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무리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법농단 재판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 아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사법농단 수사를 벌였지만 성적은 초라하다.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1심 재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47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은 5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거래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사법농단의 핵심 의혹에 대해선 대부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유죄를 받은 건 임 전 차장을 포함해 3명 뿐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11명은 1·2심이나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1·2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유해용·이태종 등 전·현직 판사 6명은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