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불법현수막 뿌리 뽑는다

2024-02-07 13:00:25 게재

법 개정 후 90% 줄었지만 여전히 난립

과태료 강제철거 등 지자체 대응 단호

설과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대대적인 정당현수막 단속에 나섰다. 지난달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현수막이 현저히 줄긴 했지만 설과 선거를 계기로 다시 불법 게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1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돼 정당현수막 게시 규정이 엄격해졌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은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사진은 국회 앞에 내걸린 정당현수막. 이제형 기자

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이 일제히 1·2월을 불법현수막 일제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지난 1월 12일부터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불법 정당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을 확인해 보면 여전히 꼼수를 써 현수막을 거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허가기간이 지난 현수막의 날짜 부분을 테이프로 가리로 임의로 날짜를 연장해 고쳐놓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보름동안 걸 수 있는데 이걸 자체로 재활용한 셈이다. 가로등 사이 개수 위반도 많았다. 가로등이 넘어지는 것을 우려해 2개까지만 걸 수 있도록 정했는데, 자리가 좋으니 경쟁적으로 내걸어 3~4개씩 걸려 있는 경우다. 어린이보호구역 등 게시를 금지한 장소에 현수막을 내건 경우도 있었다.

높이 규정 위반도 적지 않다. 횡단보도 사거리에는 보행시민 안전을 위해 2.5m 높이로 걸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다.

지자체들은 우선 행정안전부가 요청한 계도·단속기간인 1월 27일부터 2월 8일까지 전국 모든 지자체들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또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를 받는 등 시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불법현수막을 내건 정당에 자진 철거나 이동 설치를 요구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과감하게 철거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당 눈치를 봐야 했지만 불법 정당현수막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데다 법률에 철거 근거까지 담겨있어 지자체들이 과감해졌다.

일부 지자체들은 집중단속 기간을 설 연휴를 지나 2월 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불법 정당현수막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바뀐 게시 기준을 초기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예외 없는 단속이 필요하다”며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계도·단속 기간을 연장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처럼 예외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광주시는 시민들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현수막을 신고할 경우 예외 없이 100%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상시 신고체계를 가동했다. 이 때문에 단속을 피해 게릴라식으로 불법현수막을 내걸던 정당이나 소상공인 현수막이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 광주시의 1월 단속실적을 보면 일반현수막이 7000장, 정당현수막이 300장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그나마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서 공직선거법 저촉을 우려한 탓에 현수막 내용은 많이 순화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외에는 후보자 명의의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는데 정당명의 현수막도 선거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 기간에는 현수막 문구 하나까지도 선관위 의견을 들어 정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낯부끄러운 문구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례에 예외 규정을 둬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와 울산시가 대표적이다. 울산시는 관련 조례에 명절과 선거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지정 게시대 외에도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 때문에 정당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난립하고 있지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총선이 있어 정당현수막 난립이 더 많을 우려가 있다”며 “허용된 게시일이라도 장소나 방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철저히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12일 시행된 개정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정당현수막은 △읍면동별 2개 이하로만 설치(면적이 100㎢ 이상이면 3개) △어린이보호구역·소방시설 주변 설치 금지 △가로등·전봇대 등에 3개 이상 설치 금지 △교차로·횡단보도·버스정류장 인근은 현수막 아랫부분 높이가 2.5m 이상(끈 높이는 2m 이상)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이제형·최세호·곽재우·방국진·윤여운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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