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신설 노동조합 조합비가 1인당 1년 1원

2024-02-13 13:00:02 게재

#. 신청노조 조합비가 얼마예요?

저희는 1원으로 통일했습니다.

조합원 수가 몇 명인가요?

현재는 5200명입니다.

그러면 1원이 1년 조합비인 거죠? 1년 조합비가 5200원이네요. 5200원 가지고 조합 어떻게 운영하나요?

저희가 조합원에게 기부받고 있습니다. 총액 약 50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500만원이잖아요. 500만원으로 조합 운영이 가능할까요?

지금은 별 탈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원 받으실 거예요?

앞으로는 상승의 여지가 있지만, 조합비의 혁신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신청노조는 얼마 받나요?

CMS자동이체로 1만원 받다가 신청노조에서 1원 조합비 납부방식을 사용해서 올해 한정해서 500원 받고 있습니다.

이건 좀 비정상적이죠?

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A기업의 교섭대표 노동조합 결정을 위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 풍경이다. 도대체 노조 조합비가 왜 1원으로 결정되었을까?

지난해 A기업에 C노조가 새로 생겼다. C노조가 새로 생김으로써 기존 다수인 B노조와 과반수 노조가 어디인지 다투게 됐다. 이 과정에서 C노조는 조합비 1원을 받고 있으니, 해당 조합원들을 모두 조합비를 낸 조합원으로 인정해서 자신들을 과반수 노조로 결정해달라고 주장했다.

A기업에는 최초 B노조가 있었는데, 노조 운영에 대한 견해 차이로 C노조가 신설됐다. C노조는 조합원 가입부터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모집했다. 공식 조합비도 1원으로 책정해 5000명이 넘는 전체 가입자 중 70% 가까이 1원 조합비를 내며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

복수노조간의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 필요

복수노조 사업장은 교섭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수 노조 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시행한다. 이때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조합이 교섭대표 노조로서 향후 교섭을 주도하게 된다.

그만큼 과반수 노조가 어디인지는 중요한데, C노조는 조합비 1원을 받는 조합원까지 모두 합치면 자신들이 기존 B노조보다 조합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되고 그 다음해 7월부터 근로자들은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의 노조를 자유롭게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사업장 내 복수노조 허용은 노조 간의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민주적 노조활동이 활성화되고 ‘경쟁과 책임’의 성숙한 노사관계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동안 단일노조 시대에서 나타날 수 있었던 다수 근로자의 의사와 괴리돼 운영되는 독선적 노조, 노조 설립을 가로막는 휴면노조, 사용자와 결탁한 어용노조, 다수 근로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투쟁 일변도의 노조의 모습도 사라졌다.

아울러 복수노조 체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노조의 교섭력이 강화돼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하고 건전한 노사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복수 노조들을 대표하는 교섭대표 노조의 공정한 대표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교섭대표 노조가 되기 위해 노조 간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경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A기업은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노조의 조합비가 문제가 된 사례다.

노조는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따라서,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자주적 활동을 위해서는 노조의 재정적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A기업의 신설된 C노조는 교섭대표 노조가 되기 위한 경쟁구조에서 조합원 수를 확보하기 위해 조합비를 1원만 받고 가입시켰다. 이것으로 노조의 자주적인 운영과 활동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심문회의장에서 공익위원도 이에 대해 질문했고 A기업의 C노조는 이에 대해 만족할만한 답변을 못 주면서 5000명이 넘는 조합원을 가진 노조를 연 500만원 정도의 운영비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심문회의에 참석한 누구도 그에 대해 수긍하지는 못했다.

C노조의 가입자수 급증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 B노조도 연쇄적으로 조합비를 500원으로 낮춰 받게 됐다. 이로 인해 A기업의 노조들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자주적 노조활동, 재정적 건강함 유지해야

이와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는 결정문을 통해 “조합비는 노조의 자주적 운영과 활동을 위한 재정적 원천이기 때문에 조합원당 1원의 조합비로는 사용자로부터 자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재정에서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사회 통념상 적절한 액수의 조합비를 납부한 사람만을 조합비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 조합원 수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고, 1원 조합비를 납부한 사람은 실질적으로 조합비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노조는 자주적인 활동을 위해 재정적 건강함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는 노조가 서로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비를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경쟁하기보다는 근로자에 대한 복지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안 제시 등 건전한 경쟁을 통해 한층 더 발전된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준행 중앙노동위원회 교섭대표결정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