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채용 확대, 경제활성화 마중물 될까

2024-02-13 00:00:00 게재

지방공기업 옥죄어온 각종 규제 풀어

올해 8765명 신규채용, 20조원 투자

“방만경영·부실 단초 될라” 우려도 커

구조조정과 통폐합 등 지방공기업 옥죄기에 나섰던 정부가 올해 신규채용을 늘리고 투자규모를 확대하도록 정책방향을 틀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일자리감소 등 불안정한 경제상황을 해결할 실마리를 지역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다. 지자체들은 이 같은 정책전환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리어 지방공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 지방공공기관 996곳에서 모두 8765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6% 증가한 규모다. 특히 156곳에 달하는 지방공기업은 지난해 대비 8.6% 증가한 5039명을 채용한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친 채용규모는 3722명이며, 나머지 1317명은 청년체험인턴으로 뽑는다. 지방출자·출연기관 837곳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3726명을 채용한다.

신규채용 확대는 지난해에도 일부 반영됐다. 지난해 지방공공기관은 당초 8274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이보다 39.4% 증가한 1만1535명을 채용했다. 특히 지방출자·출연기관은 당초 계획했던 3636명과 비교해 무려 53.6% 증가한 5585명을 채용했다. 지방공기업의 청년체험인턴 역시 1264명을 계획했다가 이보다 8.9% 많은 1377명을 채용했다. 지방공공기관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확대에 한 축을 담당한 셈이다.

행안부는 또 채용뿐 아니라 투자 확대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지방공기업의 타 기업 출자 한도를 기존 10%에서 최대 50%로 확대했다. 지방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출자할 때 예비타당성조사 등 유사 검토를 이미 거쳤거나 소액 출자를 하는 경우 출자타당성 검토를 면제하도록 하는 등 투자절차도 간소화했다. 또한 지자체의 지방공기업 출자를 유도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했고, 부채를 산정할 때 지자체 대행사업 교부금은 제외토록 했다.

이런 조치들은 당장 지방공기업들의 투자여력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시는 대전도시공사에 5년간 63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인데, 현금이 없으면 현물출자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전도시공사는 공사채를 최대 1조8900억원까지 추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또 타법인 출자한도가 630억원 증가한다.

투자 영역과 사업 영역도 크게 넓혔다. 지방공기업이 신재생에너지사업이나 해상여객수운송사업 같은 단기 수익성이 부족한 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고, 지자체간 협의가 있을 경우 관할구역 외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는 지난 5일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공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지방공기업은 올해 20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2027년까지 4년간 투자규모는 총 9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역의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방공기업이 지역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의 이번 조치 상당부분이 지자체들이 그간 건의해온 내용들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공공주도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는데 지방공기업의 투자한도가 걸림돌이었는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방공기업의 덩치를 키우고 활동반경을 넓혀주는 것에 대한 우려다. 꼭 필요한 사업보다는 손쉬운 택지개발사업 등에 치우칠 우려도 있다. 그동안 지방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해오던 방만 경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각종 규제를 풀어준 것은 반길 일이지만 언젠가는 방만 경영으로 책임을 묻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도 반드시 필요한 만큼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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