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유죄, 커진 이재명 ‘사법리스크’

2024-02-14 00:00:00 게재

백현동 의혹 첫 판결 ‘특수관계’ 판단 … 대장동 김용 실형 이어 재판 악재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죄를 받은 데 이어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김 전 대표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전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63억57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지방 정치인과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으로 적극적 알선 행위에 나섰고 국민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여억원의 거액을 수수했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경기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부동산 개발업자 정바울 회장이 운영하는 성남알앤디PFV에 각종 특혜를 줬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아파트 개발이 가능하도록 청탁하고 그 대가로 정 회장으로부터 77억원과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했다고 보고 지난해 5월 기소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각종 인허가를 일선하고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해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고는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이 사건 관련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배제하는 등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씨는 이 대표의 선거를 여러 차례 지원하면서 범행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서 모든 부서 업무를 사실상 총괄한 이 대표의 최측근 정 전 실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고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김씨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이러한 특수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김 전 대표와 이 대표가 ‘특수관계’에 있었다고 봤다.

그동안 이 대표 측이 ‘김씨의 로비를 들어줄 만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배임의 동기 자체가 없는 만큼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던 것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김 전 대표 재판부의 판단대로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특수관계가 인정되면 배임 동기가 설명돼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이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 전 실장이 김씨의 청탁을 전해 받은 정황을 언급하면서도 그 실현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과 공모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 욱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첫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것으로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에겐 불리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8억4700만원 가운데 6억원이 실제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봤다. 또 김 전 부원장이 2013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 용 정도는 돼야하지 않나'라고 했을 정도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런 김 전 부원장이 1심에서 유죄를 받으면서 그동안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관계를 부인해온 이 대표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특히 재판부가 대장동 특혜 의혹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방의회 의원 김 용과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 유동규가 민간업자 사이에서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수수를 통해 밀착해 유착한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김 전 대표나 김 전 부원장에 대한 판결은 1심인데다 이 대표 관련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부는 다른 곳이어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에 이어 백현동 의혹 관련 첫 판결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된 만큼 재판을 앞둔 이 대표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김 전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 이후 정 전 실장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김씨가 실제로 청탁했는지와 무관하게 타인의 사무를 위한 알선의 대가를 수수·약속하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라며 “정 전 실장은 김씨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청탁받은 사실이 없고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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