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산하기관장 총선 낙선자 오나

2024-02-15 13:00:03 게재

창업정책·규제·기관장 공백 상태

중기부 사표수리·공모절차 진행 안해

중소기업계 정치인 출신 낙하산 우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장에 총선 낙선자들이 대거 임명되지 않을까.”

기관장이 떠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을 바라보는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 이후에 기관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리가 빈 기관장은 중소기업옴부즈만과 한국벤처투자 대표다. 창업진흥원장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6개월째 공석이다. 박주봉 옴부즈만이 지난해 8월 사퇴했다. 취임 5년 6개월간 활동했다. 중기부는 이 영 장관 시절에 옴부즈만 공모를 마치고 후보 3명으로 압축했다. 오영주 장관이 취임한 후 후보 3명 이외에 추가 추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식 추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도 지난해 11월 자진 사퇴했다. 대표로 선임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유 대표도 중기부도 구체적인 사퇴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특히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역임했고 임기가 1년 10개월이나 남은 상태에서 대표직을 그만 둬 각종 소문을 키웠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도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최근 사의를 밝혔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기획단장을 맡는 등 전임 정부 인사로 평가받는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사퇴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표수리는 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업무가 멈춘 상태다.

창업정책을 담당하는 양대 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창업진흥원의 수장이 공백상태가 된 셈이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도 최근 사의를 밝혔다. 중기연은 중기부 산하의 국내 유일한 중소·벤처기업 전담 연구기관이다. 오 원장은 2월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대학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원장 임기는 5월까지다.

중소기업의 창업과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장들이 모두 공백상태지만 중기부는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후임자 공모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총선 이후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총선 낙선자 자리마련을 위해 공모절차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중소기업계는 정치인 출신의 기관장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중기부 출범 이후 정치인 출신의 장관과 기관장이 좋은 모습을 남기기 않아서다.

중소기업단체 고위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들은 기관장 역할보다는 자신의 정치를 위해 조직을 이용하는데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은 중소기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인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A 전 장관이 꼽힌다. 그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 갈등만 빚었다. 퇴임 후 업계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채용비리로 구속된 이상직 전 중진공 이사장은 조직을 선거활동에 활용하며 중진공에 큰 상처를 남겼다.

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B씨는 중소기업과 전혀 상관없던 인사였다. B씨는 2017년 11월 부임한지 2년 후 해임됐다. 중기부 산하기관장 중 최초 해임 사례다. 이외에도 산하기관의 상근부회장에도 정치인 출신이 대거 자리를 차지했다.

중기부 산하기관 고위관계자는 “중기부 출범 후 정치인 출신 기관장이 박수 받으며 퇴임한 경우가 손에 꼽힌다”며 “중기부가 자리잡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석인 기관장에 정치인 낙하산보다 기관을 이해하고 제역할을 하도록 지휘할 수 있는 인사가 부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