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업수사 강화하나

2024-02-15 13:00:05 게재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증원

총선 후 수사 확대 관측 … 로펌 촉각

검찰이 최근 기업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용성진 부장검사)의 인력을 확충해 눈길을 끈다. 기업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5일자로 단행된 평검사 인사에서 공정거래조사부에 3명의 검사를 추가 배치했다. 이에 따라 부장검사를 제외하고 부부장 검사와 평검사 등 수사검사는 6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공정거래조사부 수사검사 인력은 최근 수년간 6~8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문재인정부였던 2022년 상반기 기업 수사 강화 차원에서 부장검사를 제외하고 12명의 검사를 배치한 적이 있지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6명으로 대폭 축소된 바 있다. 수사 성과에 비해 검사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이후 이정섭 부장검사가 공정거래조사부를 맡으며 가구업계 입찰 담합 사건, KDFS 횡령 사건, 한국타이어 횡령 사건 등 기업 수사가 활발해지며 8명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9월 용성진 부장검사 부임 후 6명으로 축소됐다. 반년도 안 돼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 검사를 충원하면서 로펌 업계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총선 후 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윤석열정부가 친기업 기조를 펼치는 상황에서 기업 수사를 확대하기보다는 인력 수요에 맞춘 증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정거래조사부에서 인력난을 호소해 왔고 이번 평검사 인사에서 중앙지검 인력을 늘리면서 공정거래조사부 검사도 확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거래조사부가 집중했던 ‘KT 일감몰아주기’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KT보은투자’ 의혹으로 확대됐다. 이 사건은 KT그룹 계열사인 KT클라우드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스파크·현 오픈클라우드랩) 지분을 정상적인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스파크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 전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검찰은 현대차가 2021년 경영난을 겪던 구현모 전 KT 대표 형의 회사를 인수해준 데 대한 ‘보은’으로 KT가 스파크를 고가에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감리 입찰 담합 의혹 수사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건은 LH가 발주한 아파트 공사 감리 입찰 과정에서 감리업체들이 수천억원대의 담합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입찰 평가에 참여했던 심사위원들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해당 업체들의 낙찰에 관여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은 검찰이 공정위 고발 전 담합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밖에 공정위나 다른 기관에서 공정거래조사부에 넘긴 기업 관련 사건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부서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라며 “수사상황에 따라 인력을 유동적으로 배치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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