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독립재원 확보방안 시급하다

2024-02-19 13:00:12 게재

국가보조금 지원·교부세 신설 제기

중앙-지방 시각차에 논의 지지부진

시·도지사들이 올해 첫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상정할 안건 중 하나로 자치경찰권 강화를 선정하면서 자치경찰 재정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2026년 자치경찰 이원화 전면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재정 확충 방안은 서둘러 논의해야 할 과제가 됐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시각차가 큰 탓에 논의에 속도가 붙을 지는 미지수다.

1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자치경찰제도 활성화는 시·도지사들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임시총회에서 올해 1분기 중앙지방협력회의 안건 4개 중 하나로 자치경찰권 강화방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자치경찰권 강화의 핵심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박근혜정부 때까지 20년 가까이 자치경찰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꾸준히 지켜온 조직형태는 이원화였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7월 30일 정부여당이 개최한 ‘권력기관 개혁 협의회’에서 자치경찰을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일원화하되 사무를 분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경찰조직의 반발을 무마하겠다며 반쪽짜리 자치경찰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다만 윤석열정부 들어 자치경찰 이원화 방침을 확정하고 올해부터 2년간 제주·세종·강원·전북 4개 특별자치시·도에서 시범사업을, 그리고 2026년 전면 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재정문제로 진척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하려면 무엇보다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이를 곧바로 시행하지 못한 이유도 재정 해법을 찾지 못한 탓이 크다.

자치경찰 재정 논의는 국가의 책임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법 제34조는 ‘국가는 지자체가 이관 받은 사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장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치경찰 재정에 대한 국가의 지원 의무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미 2006년 자치경찰제를 시범 도입한 제주도의 경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해 제주자치경찰의 인건비·운영비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부담 규모는 전체 예산의 20% 안팎인 연간 약 40억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자치경찰 재정을 국가보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찰의 기능을 일부 분담한 만큼 국가와 상호 이해관계가 있고, 주민 입장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야 할 서비스이므로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법이 국가의 재정지원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국가보조금 지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부담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 또한 정부나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2단계 재정분권 조치로 2조2000억원의 지방재정이 추가 확충되는 만큼 이 예산에서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따른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중앙정부 의견이기도 하다. 다만 자치경찰 재정을 시·도에 모두 맡길 경우 치안의 균질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결정적 단점을 안고 있다.

자치경찰교부세 신설 방안도 있다. 담배 개별소비세를 재원으로 하는 소방안전교부세와 같이 주세를 재원으로 자치경찰교부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주세가 연간 약 3조원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4%를 자치경찰 재원으로 하면 1300억원 상당의 자치경찰사무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통 관련 과태료·범칙금 이양도 검토해볼만한 방안이다. 교통과태료는 평균 5720억원, 교통범칙금은 평균 1280억원 정도 걷히는데, 이 중 20%만 자치경찰사무 예산으로 돌리면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

현재 ‘내국세의 19.24% 중 97%’를 배분하는 보통교부세를 자치경찰사무에 필요한 예산만큼 상향하자는 주장도 있다. 제도 운영의 복잡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정부족액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 탓에 분배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오승규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 연구위원은 “현행 일원적 자치경찰 형태에서는 국고보조금 지원 방식이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에 가장 적절한 방안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부가 이원화 방침을 정한 이상 재원의 안정성, 치안의 균질성 등을 고려한 별도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범지역에서부터 이런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 논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시각차가 큰데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원화 시범사업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방안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경선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장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나와야 제도 운영 방안 논의나 재정 확보 논의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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