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합성펜타닐’ 분석법 개발 추진

2024-02-20 13:00:01 게재

‘좀비마약’ 확산 대비

검찰이 신종 마약인 합성펜타닐 확산에 대비해 소변 속 마약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법 개발에 나선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LC-MS/MS를 이용한 소변시료 중 합성오피오드 마약류 동시 분석법 개발’ 용역 입찰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분석기법을 고도화해 소변시료에서 합성펜타닐 성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연구용역의 목적이다.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헤로인이나 모르핀보다도 중독성이 50~100배 이상 높은 환각물질이다. 당초 의약용으로 개발됐지만 강력한 환각효과로 오남용되면서 미국 등에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특히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 모여든 펜타닐 중독자들의 좀비와 같은 모습이 알려지면서 ‘좀비마약’으로 불린다.

합성펜타닐은 환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펜타닐의 화학 구조를 변화시킨 것이다.

문제는 필로폰, 대마, 케타민, 아편류 등 기존 마약류와 펜타닐 성분의 경우 기존 분석법으로 남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합성펜타닐은 성분 검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검은 이에 따라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소변에서 아편류와 펜타닐류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펜타닐류 성분의 미량까지 검출해 분리·분석할 수 있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과 고분해능 이중질량분석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펜타닐이나 합성 펜타닐이 아직 크게 확산된 상태는 아니지만 안전지대라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지난 14일 ‘좀비마약 펜타닐, 한국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극소량으로 강한 작용을 하는 펜타닐은 다른 마약에 비해 가격이 싸고 다른 약과 혼합하거나 가짜 약 형태로도 유통될 수 있어 문제”라고 밝혔다. 김영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정책과장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기에, 펜타닐이 광범위하게 퍼진 미국상황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검은 고도화된 분석기법을 개발해 신속하게 분석 결과를 지원함으로써 합성펜타닐 남용 확산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은 이와 함께 환각 성분 선인장 유통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검사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은 최근 ‘환각선인장 유통시장조사와 종식별 키트개발’ 2년차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환각선인장에 대한 DNA 종식별 및 메스칼린 생성 유전자 식별 키트 개발을 위한 용역이다.

국내에서 메스칼린 등 환각 성분이 함유된 환각선인장은 단속 대상이지만 함유 성분이 잘 알려지지 않아 관상용으로 거래되고 있다. 실제 인터넷 등에서는 마약선인장의 학명을 노출시킨 상태로 은관옥, 기선옥, 천관옥 등의 오명으로 표기돼 유통되기도 한다.

하지만 환각선인장을 구별할 수 있는 국내 전문가가 없고, 형태학적 유사성, 종 내부 유전적 다양성 등으로 인해 환각선인장을 신속하게 구분해내기 어렵다.

대검은 연구용역을 통해 현장 단속시 환각선인장을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고 국내 환각선인장 유통시장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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