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제안보 시대,무엇을 해야 하나

2024-02-21 13:00:00 게재

올해 1월 초 대통령실은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우위 확보는 경제는 물론 국가안보를 좌우한다’는 이유로 국가안보실 내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제3차장 직제를 신설했다. 미중 경쟁,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기화로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법제도화하며, 정부 내 상설조직의 창설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에 부응하는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 경제안보 전략을 포함하고,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과의 무역기술위원회(TTC)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며, 국내적으로 ‘반도체및과학기술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제조업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대외관계법’과 ‘반간첩법’을 제정해 외국의 제재 및 강압 행위에 대한 대응조치를 법제화하고 경제안보 관련 간첩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유럽연합도 ‘경제강압에대한대응조치규정’과 ‘핵심원자재법’을 마련했고, 일본 또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고 내각에 경제안보담당상을 신설했다.

세계 각국 경제안보 법제화와 조직 창설 박차

이처럼 각국의 전략과 정책은 경제문제 내의 안보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상호의존적인 경제적 현실을 인정하고 세계경제가 완전한 분열로 가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서 심각한 분열의 가능성이 있다. 현 바이든정부는 자유무역정책과 보호무역정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보호무역정책 일변도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을 중국과 분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규칙 기반의 국제무역 질서에서 스스로 탈회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폐지 및 중국에 대한 ‘영구적 정상무역관계’ 지위의 철회를 주장한다.

한국은 위 국가들과는 달리 자립경제가 어렵고 경제적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으므로 같은 전략을 선택할 수 없다. ‘경제를 위한 안보’를 넘어 ‘안보를 위한 경제’로의 전략적 전환은 신중을 요하는 문제다. 경제안보를 강화할수록 상대방의 상응조치로 인해 오히려 경제안보가 취약해지는 ‘경제안보 딜레마’ 현상에도 유의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언대로 분열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나 불가피한 경우 분열 비용의 최소화와 안보 및 회복력의 최대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전략이 유용하다. 최악의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기후 보건 식량 등 국제적 공동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자협력 체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책 마련해야

무역 및 투자 부문에 있어서 이념보다 실용을 우선하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을 피해야 한다. 공급망 관리는 협력과 경쟁의 양 측면을 정교하게 조율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민간의 자율에 맡기되 필요한 경우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대책을 원자재별 제품별로 마련해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신흥기술 분야다. 미래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특정 기업이나 국가 단위가 아니라 ‘생태계’ 단위로 선별·협력할 필요가 있다. 기술별로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선별하려면 기술의 선진성뿐만 아니라 이에 해당하는 기술 생태계의 시장 규모 및 집단역량의 신뢰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강대국들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 전략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강압 수단은 주로 기축통화, 국제자금거래 정보, 핵심 원자재 등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그동안 덜 주목했던 ‘해저케이블 및 위성 통신망 정보를 이용한 강압’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임종식 지경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