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CJ 재판서도 이스라엘 옹호

2024-02-22 13:00:00 게재

“팔 지역 즉각 철수 안돼”

“실질적 안보 고려 필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인도주의적 휴전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에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이 이번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 관련 ICJ 재판에서 이스라엘의 ‘즉각 철수’에 반대했다. 리처드 비섹 미 국무부 법률고문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ICJ 심리에서 “이스라엘이 즉각적이고 조건 없이 점령 지역에서 철수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며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것과 관련, 이스라엘의 실질적 안보 요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 당일인 “(작년) 10월 7일에 우리 모두 그러한 안보 요구사항에 관해 상기하게 됐으며 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유감스럽게도 (ICJ 심리의) 다수 참가국에 의해 그러한 사안은 무시됐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ICJ는 2022년 12월 유엔이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의 적법성과 관련해 법률 자문을 요청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후속 조처로 지난 19일부터 재판을 진행 중이다.

15명의 국제 재판관이 심리 첫날 팔레스타인을 시작으로 재판 참여국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50개국 이상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대부분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집트는 이스라엘 점령에 대해 “지속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집트 외무부 법률 고문인 자스민 무사는 “이스라엘 장기간 점령의 결과는 분명하며 법치를 지키지 않으면 평화, 안정, 번영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프랑스도 자신들의 주장을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타라브린 주네덜란드 러시아 대사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 지구에 정착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무력으로 영토를 획득할 수 없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가로막고 있으며, 독립적이고 실행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드는 두 국가 해결책이 이스라엘의 침범을 종식시키고 재발방지 및 피해복구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대표 디에고 콜라스도 이스라엘의 정착 정책을 비난하며 파리는 “서안 영토의 불법 합병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을 변호한 것이다. 전날 안보리 거부권 행사에 이어 이틀 연속 이어진 이스라엘 옹호다.

ICJ 심리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며 재판부 최종 판결은 약 6개월 뒤 나올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유엔 총회 요청에 따른 법률 자문이어서 판결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민간인 대량 사망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는 점에서 ‘불법 점령’ 판결 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이번 구두 심리에 참여하지 않는 이스라엘은 법원이 요청한 질문이 편견적이고 편향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에서 주권자인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요르단과 이집트로부터 이 영토를 빼앗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영토가 공식적으로 점령됐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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