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고용보험 부정수급 218명 적발

2024-02-22 13:00:06 게재

위장고용에 가짜 육아휴직까지

노동계 “제도 개악하려는 밑밥”

실제로 입사한 적도 없으면서 퇴사했다고 속이고 실업급여를 타거나 쓰지도 않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급여를 받은 이들이 노동당국에 적발됐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지난해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특별고용촉진장려금 등 고용보험 부정수급에 대한 기획조사를 통해 218명이 23억7000만원을 부정수급한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고용부는 추가 징수액을 포함해 44억1000만원의 반환을 명령했으며 사업주와 공모하거나 고액을 부정수급하는 등 범죄행위가 중대한 203명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유형별로는 우선 위장 고용이나 거짓 퇴사 등으로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한 사람이 132명(부정수급액 12억1000만원)이었다.

충남 한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와 B씨는 임금이 밀리자 “실업급여로 체불임금을 대체하자”는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권고사직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해 3200만원을 받았다.

전북의 C씨는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줘 실제 근무하지 않은 직장에 16개월간 일한 것처럼 위장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한 후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갖춰 1700만원의 급여를 탔다.

육아휴직 부정수급자는 모두 82명(9억7000만원)이 적발됐다.

경북의 한 사업주 D씨는 사촌동생을 위장 고용한 후 육아휴직 확인서를 거짓으로 제출해 2400만원을 부정수급하고 사촌동생의 대체인력으로 친누나까지 위장 고용해 친누나까지 거짓 육아휴직을 쓴다고 신고하고 급여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신규 고용한 사업주에게 주는 ‘특별고용촉진장려금’을 부정수급한 사업장 4곳(1억9000만원)도 확인됐다.

서울의 한 사업주는 자신의 형을 비롯한 8명을 장려금 지원 대상인 것처럼 속여 7700만원을 받았다.

고용부는 이번 기획조사에서 확인한 위장 고용, 허위 육아휴직 등에 대해 제보 등을 토대로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체류 중에 대리로 실업인정 신청을 한 사례 등에 대해서도 올해 2차례 특별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조사를 포함해 지난해 고용보험 부정수급 적발 규모는 526억원으로 전년(467억원) 대비 59억원 늘었다.

이번 기획조사에 대해 노동계는 ‘고용보험 개악을 추진하기 위한 도덕적 해이 여론 조성’으로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부정수급을 노동자 개인의 부도덕함 때문이거나 빈번히 발생하는 사례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고용보험 부정수급 적발규모 526억원은 2023년 고용보험 총 지출액 16조9000억원 대비 0.31% 수준에 불과하고 집중조사했다고 밝힌 실업급여 11조5706억원, 육아휴직급여 2조1006억원, 고용촉진장려금 648억원과 비교했을 때 0.38%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실업급여 반복수급자 증가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 때문”이라며 “고용부는 오히려 취약계층 노동자 고용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호일 민주노총대변인도 “이번 적발은 구직급여(실업급여) 하한선 하향 등 고용보험 제도 개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용부가 까는 밑밥”이라며 “(부정수급 사례를) 제도 개악의 근거로 삼으며 전체 노동자를 모욕하고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실업자 비하 논란이 일면서 중단됐다.

한남진 기자 연합뉴스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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