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안방서 ‘압승’ 트럼프, 4연승 신기록

2024-02-26 13:00:02 게재

사우스캐롤라이나서 60% 3월5일 슈퍼화요일 분기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도 압승하며 공화당 경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9% 개표를 마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만여표를 얻어 5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인단 44명을 모두 차지했다.

자신의 고향에서 ‘안방 승부’를 노렸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29만9000표로 39.5%에 그쳤다. 2인 경선인데다가 전직 주지사의 인기를 안고 전력투구했음에도 20%포인트 격차로 패배해 결정타를 맞았다.

이날 예비선거 투표가 끝나자마자 각 언론들이 트럼프의 승리를 선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초반 등단해 “너무 이른 저녁”이라며 압승을 부각시켰다. 그는 “공화당 진영이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유례없는 단합을 이루고 있다”며 본선 승리와 백악관 탈환을 다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독주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도전자 후보로는 처음으로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초반 4연승을 거두는 신기록을 세웠다.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 4곳 중 3곳을 석권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마찬가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초반 4연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대의원 107명을 확보해 헤일리의 17명을 크게 앞지르며 독주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많은 선거자금을 끌어모으고 자신의 텃밭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거전을 펼치고도 결정적 패배를 당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가 아닌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며 “나는 적어도 3월 5일 수퍼 화요일까진 경선을 계속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대형 표밭들이 포함된 16개 지역 동시 경선이 실시되는 3월 5일 슈퍼화요일 승부를 위해 유세 일정을 짜놓고 있고 큰 규모의 선거자금도 보유하고 있지만 그날이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헤일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30%포인트 차이로 3위에 그쳤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11% 포인트 차이로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트럼프, 헤일리 모두 선거전에 나서지 않은 네바다에서 30% 포인트 이상 격차로 밀린데 이어 본거지에서도 대패한 것이다.

이날 경선에서는 헤일리가 향후 역전극을 펼치려면 무엇보다 공화당원들의 지지 결집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무소속과 민주당원도 공화당 경선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출구조사 결과 전체 투표자의 68%를 차지했던 공화당 유권자들은 70% 대 29%의 압도적 차이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반면 무소속 투표자들 사이에서는 헤일리가 60% 대 39%로 트럼프를 앞섰지만, 이들의 비중은 전체 투표자의 2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측은 공화당 경선을 3월 중에 끝낸다는 구상이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전 연령대에서 6 대 4의 비율로 헤일리를 앞섰고 절대 다수를 차지한 백인 남성, 고졸이하 저학력자, 경제사정이 나빠 불안한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측은 캘리포니아 169명, 텍사스 161명, 노스캐롤라이나 74명, 버지니아 48명 등 모두 874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3월 5일 수퍼화요일에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날 다시 압승을 하면 빠르면 12일, 늦어도 19일에는 헤일리 전 대사의 중도포기를 유도해 경선 자체를 끝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변수는 각종 기소에 따른 재판이다. 트럼프는 2월 중에 뉴욕 법원으로부터 8300만달러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재산 부풀리기 사기행위에 따른 3억62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또 3월 25일부터는 첫 형사범죄 재판이 시작된다.

현재까지의 4군데 공화당 경선에서 실시된 출구조사에 따르면, 만약 트럼프가 유죄평결을 받는다면 전체 유권자의 30%, 트럼프 지지자 중 최소 20%가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11월 본선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