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마무리 국면 진입…‘이재명 리더십’ 반발 커진다

2024-02-26 13:00:06 게재

공천과정·하위 20% 논란에 비명계 비판 강도 커질 듯

원로·친문 등 등돌려…"이재명 지지층 얼마나 있나"

“공천 후 대표 흔드는 게 정상인가…이재명 해법 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자기장에서 벗어난 의원들 중심으로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천과 선출직 평가 하위 20% 선정 과정에서 벌어진 ‘사천’ 논란의 중심에 이재명 대표를 세워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낼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경선이 끝난 이후 ‘본선’을 겨냥한 중도층 확보전략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회의 마치고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26일 이재명 대표 측근 의원은 “비명계로 불리는 의원들을 쳐내려면 친명계로 불리는 사람부터 쳐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채 공천을 진행하다보니 사천 논란이 나오고 이는 모두 이재명 대표를 향하게 돼 있다”면서 “이 대표가 점점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운영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하위 20% 지정문제를 보면 상당히 오랫동안 비명계 배제를 준비해온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선출직 평가 업무에 관여해온 모 의원은 “21대 전반기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으로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후반기부터 본격 평가에 들어갔는데 이게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라면서 “정량평가는 별 차이가 나지 않고 실제 관리를 잘 하는 편인데 문제는 정성평가”라고 했다. 그는 “당직도 맡지 않고 이재명 대표 나가라고 하거나 당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있겠나”고 했다. 이는 김성환 의원이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작년 9월 말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에서 서른 분 정도가 가결표를 던졌고, 열 분 정도는 기권·무효표를 던지지 않았느냐. 그 이후인 11월에 권리당원과 주민들이 (다면 평가) 여론조사에 응했고, 이런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 대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비명, 반명 의원들이 하위 20%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설명한 대목으로 읽힌다.

◆공천 이전과 이후 = 의원들의 태도가 공천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천이 끝나고 경선마저 마무리된 이후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대표의 자기장에서 멀어질 수 있게 된다. 당대표 지지율이 40~50%로 높아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당대표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 위해 줄을 서겠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대표 지지율은 30%에 머물고 있다. 비호감도가 60% 안팎을 오간다. 지지층의 지원이 중요한 공천이나 경선과정과 달리 중도층을 흡수해야 이길 수 있는 본선에서는 이 대표의 효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당 운영 상황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공천이 끝나면 공천권이 있는 당대표의 눈치를 볼 필요 없어진다는 점에서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이나 공천을 받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컷오프된 서울 동작을의 이수진 의원과 단수 공천을 받은 이소영 의원의 공개발언이 ‘시발점’으로 읽힌다.

판사출신인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접 겨냥하면서 적극 지지층에 싸여 있는 이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백현동 판결문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고 “이재명 지지자들의 폭언과 막가파식 호위가 이재명을 더 고립시키고 위험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소영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최근에 발표됐던 하위 20%의원 명단 부분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국민들이 느끼실 때 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며 “정당이 하는 평가가 국민들이 하는 평가랑 똑같지는 않더라도 거의 비슷해야 된다. 그게 다르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고 했다.

◆이 대표의 결단은 = 앞으로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노골적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비수도권의 재선의원은 “현재의 공천파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요 측근들이 불출마하거나 지금부터라도 제대로된 공천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 대표에게 어떤 세력이 있나. 적극 지지층 이외에 당내에 누가 있나. 친문, 원로, 민평계 등 모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임채정 김원기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김부겸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가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노갑, 정대철, 이강철, 강창일 전 의원 등 원로들이 성명서를 내고 “이재명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모르쇠로 가다가 어떤 결말을 보고 싶은 것인가”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를 “원로들의 충정”정도로 평가하고는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이 대표 측근 의원은 “의원들이 공천 끝났다고 이 대표를 흔드는 게 정상이냐”면서 “하지만 이 대표도 지금은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측근 의원 역시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해결할 사람은 이 대표뿐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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