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에 선전포고

2024-03-05 13:00:14 게재

군사기밀 유출 개입의혹 고발 … HD현대 “이미 끝난 사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오션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중공업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예견됐던 충돌이 가시화하고 있어 업계도 향후 진행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한화오션 “우리는 피해자” = 한화오션은 4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과 관련된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이 군사기밀을 수집·누설하는 데 관여했는지 다시 수사해달라는 것이다.

5일엔 서울 종로구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고발장 제출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갖고 고발장 이슈를 이어갔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를 면제했다”며 “한화오션은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가 HD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식 은폐에 가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업체가 이해관계 다툼으로 보지 말고 한화오션이 피해자라는 점에 주목해 달라”며 “(특수선 부문이) 과점시장이라고 해도 그 속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꼭 처벌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탈취한 개념설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진행될 차기 구축함 상세설계사업 적임자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은 충돌을 피하면서 방위산업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차례에 걸친 심도있는 심의끝에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지금은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김동관·정기선 경쟁에도 시선 집중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한화오션을 운영하면서 양사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품으면서 육군과 공군에 이어 해군까지 방위산업 부문을 확대해 미국의 록히드마틴같은 세계적 방산기업으로 성장할 비전을 내세우면서 특수선 분야는 양사가 충돌하는 최전선이 됐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기술을 탈취한 사실이 재판 결과 드러나 관련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수세에 몰렸다.

지난해 7월 두 회사가 경합한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경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오션(91.8855점)과 HD현대중공업(91.7433점)의 점수 차는 0.1422점에 불과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 등에서 앞섰으나,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 감점(1.8점)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 입찰자격도 제한받게 되면 경쟁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한 결과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

한편 직접 충돌을 피하던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경쟁이 어떻게 격화될 것인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한화오션 출범 이후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2023)에 직접 참석하며 특수선사업 등 방위산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지만 당시 두 사람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부산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조선해양박람회 노르쉬핑에 참석해 글로벌선주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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