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불발위기 속 책임 떠넘기기

2024-03-06 13:00:01 게재

바이든 “하마스 손에 달려”

하마스 “네타냐후 원치않아”

협상불참 이스라엘 묵묵부답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빠진 채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흘간 진행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5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협상 중재를 맡은 미국과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협상안 수용을 촉구했지만 양측 모두 냉담하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의 협상 의지 결여를 지적하고 이스라엘은 협상 참여도 거부한 채 묵묵부답이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바셈 나임은 이날 로이터 통신에 “네타냐후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공은 네타냐후를 압박해 합의에 이르게 할 미국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도 같은 날 저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은 가자지구 휴전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이틀간 우리는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이집트가 제시한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며 “휴전을 위한 우리의 조건, 즉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철군과 특히 가자 북쪽에서 떠나온 피란민들의 귀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 주장인 영구 휴전과 철군 등은 이미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조건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협상에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은 채 공개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생존한 인질과 석방 대상자 명단을 하마스측에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이유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전후 시작될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이전에 휴전 합의는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진다. 극적으로 이번 주 내 협상이 타결되면 라마단과 한 달 뒤 이어지는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까지 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탓에 중재역을 맡은 미국과 카타르는 협상안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질 협상은 하마스의 손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휴전이 필요하다. 며칠 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스라엘은 협력하고 있고, 합리적인 제안이 있었다”면서 “라마단 기간까지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에서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도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라면서 “거기에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 함단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인도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이라며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구호품 반입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만나 “우리는 즉각적으로 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라면서 “그것은 휴전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하마스의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을 향해서는 국경 검문소를 추가로 열어 가자지구에 최대한 많은 구호품이 들어갈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도 “평화 회복 노력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카타르와 미국, 그리고 다른 파트너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고통을 끝내고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4자 회의를 열고 하마스에 6주간의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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