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호·육성’에서 ‘협력·경쟁’으로

2024-03-07 13:00:01 게재

“중소기업정책 기조가 ‘보호·육성’에서 ‘협력·경쟁’으로 바뀌어야 한다.” 2월 27일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장이 퇴임 직전 열린 포럼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에서 오 원장은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의 과감한 변화를 촉구했다.

중소기업정책 기조는 헌법 123조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에 근거하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육성은 1980년 8차 개헌 때 헌법에 명시됐다. 40년 넘도록 중소기업은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었고, ‘보호·육성’은 절대적 가치로 자리잡았다.

이런 노력으로 양적 규모는 커졌다. 중소기업수는 2만4000개(1966년)에서 771만개(2021년)로 늘었다. 지원사업도 급증해 2023년 기준으로 1646개다. 사업수와 내용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질적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2022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93.8%가 내수기업이다. 직접과 간접 수출기업은 각각 4.3%, 1.5%에 불과했다. 제조업의 경우 직접수출 8.8%, 간접수출 3.7%다. 매년 총수출은 늘지만 중소기업 수출비중은 나아질 조짐이 없다. 2020년(20.2%) 이후 18%대에 머물러 있다. 의지도 부족하다. 내수 중소기업 99.2%가 해외진출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제조업 98.3%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 생산성은 140.6으로 대기업(466.2)의 30.2%에 불과하다. 4년 전 2017년(34.3%)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286만원으로 대기업(591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복지혜택은 대기업의 1/3 수준이다. 생산성이 낮은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세계 최고 정책을 펼치고도 질적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수많은 지원은 오히려 의존성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 원장이 작심하고 절대적 가치를 직격한 배경이다.

물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바 크다. 그렇기에 중기정책은 더 효과적이어야 한다. 이제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정책기조는 전환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해 낙수효과에 만족하거나 정부의 자금대출에 기대 생존해서는 미래가 없다. 중기 스스로 한국경제의 주체로 서야 한다.

바로 ‘협력과 경쟁’이 길이다. 협력과 경쟁은 혁신역량을 키운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도 부문별 가치사슬을 구축한 ‘연결의 힘’으로 진출하는 방식이 성공가능성을 높인다. 중기정책이 시혜성 지원을 넘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이참에 헌법 123조도 ‘보호·육성’에서 ‘협력·경쟁’으로 바꾸자.

김형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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