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 재정 악화가 불러올 고금리

2024-03-07 13:00:01 게재

미국 경제가 중력을 잃어버린 듯하다. 금융시장에서 추정하는 2024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2.1%까지 높아졌다. 6개월 전 추정치는 0.9%였는데, 미국 성장률 전망치의 눈높이가 빠르게 상향조정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너무도 탄탄하다.

고금리에도 성장 꺾이지 않은 미국 경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어느 정도의 경기후퇴를 조장해 인플레이션 억제를 도모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제로 수준이었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0%까지 높아졌음에도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는다. 금리인상이 시작됐던 2022년 미국 GDP 성장률은 1.9%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2.5%, 2024년 전망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1%까지 높아졌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8% 내외로 추정되는데 중앙은행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GDP가 잠재성장률을 줄곧 상회한다는 사실은 경제학의 상식에 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한 인플레이션은 쉽게 억제되지 못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도 조기에 가시화되기 힘들 것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3월에 금리인하가 시작돼 2024년 연내 여섯 차례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인하가 6월에 시작돼 연중 3회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있다.

미국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기축통화인 달러가치가 강해지면서 여러 국가들을 압박하게 된다. 적어도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 환경은 긴축지향적인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는 것이 리스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재정이 걱정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 때문이다. 2023 회계연도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6.4%에 달했다. 엄청난 규모다. 국가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쏟아 붓고 있는 러시아의 재정적자가 GDP의 4% 수준이다. 바이든행정부는 친환경 전환과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을 위한 보조금 지급에 아낌 없이 돈을 쓰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중앙정부 부채는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0년에 133%까지 상승했다가 2022년 121%까지 하락한 후 2023년에는 123%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 IMF)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을 고려할 때 2028년 동 비율이 13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큰 정부를 주창하는 민주당이 11월 대선에 승리할 경우 예상되는 국가부채 확대 경로이다.

트럼프가 당선돼도 마찬가지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이 집권한 후에는 대체로 감세정책을 쓰는 경우가 많았고, 트럼프 역시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화당은 감세를 통한 민간의 활력 제고가 경제성장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세수를 늘려 재정건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런 논리는 역사 속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트럼프, 바이든 누가 당선되든 재정건전성 우려 커져

레이건 집권 직후 감세, 아들 부시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트럼프 집권기 감세 이후 모두 미국의 재정적자는 크게 늘어났다.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국채금리가 발작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제2의 대처를 지향했던 영국 보수당 토러스 총리가 대규모 감세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2022년 9~10월 영국의 사례처럼 말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실물경기를 자극함과 동시에 미국정부의 신용도를 낮추고 있다. 어느 쪽이든 시장금리를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도 미국 정부의 디폴트를 걱정하지는 않겠지만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