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놓고 아세안 균열
싱가포르 독점에 주변국 불만
리셴룽 총리 “적대행위 아냐”
세계적으로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공연을 유치한 싱가포르가 주변국들의 강한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싱가포르가 뒷돈(?)을 주고 독점 계약해 다른 아세안국가로 분산될 수 있었던 관광 수익을 싱가포르가 독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싱가포르가 스위프트를 독차지하면서 이웃들이 불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웃 나라에서 공연하지 못하도록 팝스타에게 돈까지 지불한 싱가포르 행태에 대해서도 불만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지난달 16일 방콕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스위프트 독점을 위해 공연당 200만~300만달러(26억7천만~40억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공연 주최사인 AEG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당시 비즈니스 포럼은 남중국해 갈등, 미얀마 인도주의 위기 등 지역안보와 경제 등 중요한 현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위프트 이슈가 모든 것을 압도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조이 살레다 필리핀 하원의원은 “아세안의 핵심 원칙인 연대와 합의를 깼다”면서 필리핀 외교부가 싱가포르에 공식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보조금 지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화부 장관은 보조금이 세간의 추측보다 적다고 해명했고, 싱가포르 전 대사는 주변국들 반응을 ‘신포도’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직접 나섰다. 리 셴룽 총리는 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가 스위프트와 독점 공연 계약을 맺은 것은 “매우 성공적인 합의였으며, 주변국에 대한 적대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어 “(우리는) 스위프트에게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거래가 성사됐다”면서 “우리가 그런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면 스위프트가 동남아 다른 국가로 왔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